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 충격에서 벗어나 점차 일상의 모습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전역에서는 현재 대대적인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으며, 평양 시내 및 국경 주변도 김 위원장의 사망 이전 수준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신화통신은 평양발 보도에서 추모 분위기 속에 이제 평양 시가지가 정상을 회복 중이라고 전했다. 이틀간 문을 닫았던 호텔과 상점들이 정상 영업을 하고 있고 시 공무원들도 정상 근무를 시작했다. 국가도서관인 인민 대학습당에도 출입이 개시됐다.
다만 여전히 추운 날씨 탓인지 거리에 오가는 행인들은 그다지 많지 않고, 조문 장소 부근에만 많은 시민들이 모여 있다고 한다.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 마련된 조문소에는 꽃다발이나 조화를 든 주민들이 현장지도원의 지휘 에 차례로 헌화하고, 여성 안내원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조문객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주민들은 24시간 추모행사에 조직 단위로 참가하고 있으며, 생화를 구할 수 없어 집에서 종이로 만든 흰 꽃을 들고 참가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주민들 사이에서 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의심을 품는 시각이 있어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나왔다.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는 "애도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정말 의문이다', '갑자기 이런 일이 있으니 당혹스럽고 뭔가 있다는 느낌이다'등의 말을 하고 있다"며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또 "오늘부터 사망이 의문스럽다는 소문이 조심스럽게 퍼지고 있어 국가안전보위부에서 이런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 때문인지 북한의 비밀경찰조직인 국가안전보위부의 역할이 이전보다 매우 커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NK지식인연대는 이날 "기관과 기업소에 분향소를 차리는 사업을 당에서 하고 있지만 담당 보위부원들이 직접 나서서 장소 선정과 내부 시설 조성, 추모 형식 등에 대해 일일이 간섭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풍경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당 간부들이 추모행사 진행을 주관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보위부의 존재감을 느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보위부를 장악하고 있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등 현재의 북한 지도부가 어느 기관보다 보위부를 가장 신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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