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강력한 군사도발을 감행할 경우 내년 한국의 선거는 야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구재회 한국연구소장은 22일(현지시간) SAIS에서 열린 한반도 문제 세미나에서 “1990년대까지는 북한의 도발이 한국의 보수진영에 도움이 됐지만 2000년 이후 양상이 달라졌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이 내년 강력한 도발에 나서고, 한국에서 ‘매파’ 지도자가 집권하면 한국 국민은 보복 공격에 따른 전쟁 가능성을 우려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야당 후보에 도움이 되는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매력공세’에 나서는 경우도 유권자들이 대북 대화를 주장하는 야당을 선호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약한 강도의 도발을 한다면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한나라당과 보수진영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소장은 “내년 대선 국면에서 집권당 후보가 누가 되든 북한에 개방적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선을 위해서는 20~3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미나에서 토머스 허바드 전 주한 미 대사는 김 위원장 사망 후 권력승계 과정에 대해 “초기에는 순조로운 전환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북한 군부가 젊은 지도자인 김정은을 받아들이느냐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너선 폴락 연구원은 “최근 북한의 움직임은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후계자 김정은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그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년 초 북한의 신년 사설에서 김정은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