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大盜) 조세형(73)은 또 감옥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쓴 것인가.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부장 설범식)는 21일 오전부터 2009년 4월 경기 부천시 금은방 주인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조씨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1박2일 일정의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는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당시 현장에도 없었다"는 조씨의 무죄 주장과 "함께 범행했다"는 민모(47)씨의 주장 중 어떤 것이 설득력을 갖느냐다.
조씨는 "민씨는 (내게)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고 경찰은 공적이 필요해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조씨의 변호인단은 "조씨는 2008년 12월 중순 교통사고로 왼쪽다리가 골절됐다"며 "수술 후 퇴원한 뒤 두 달 동안 목발을 짚고 다닐 정도였는데 담을 넘어 강도짓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조씨와 함께 범행했다는 민씨의 진술을 근거로 혐의 입증을 시도했다. 하반신 마비로 의료용 침대에 누워 증언한 민씨는 "지인을 통해 조씨를 소개받은 뒤 함께 부천 범행을 모의했고 현장에도 분명히 같이 있었다"며 "대도가 (함께 범행을) 하자는데 누가 거절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검찰은 "민씨 진술의 신빙성이 높기 때문에 조씨는 범인이 맞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이 처음부터 조씨를 표적수사했다는 증언이 나와 논란이 될 전망이다. 2008년 10월 조씨와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의 한 집을 털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최모(55)씨는 검찰측 증인으로 나와"서울경찰청과 광진경찰서에서 구치소에 있는 나를 4번이나 찾아와 사실관계를 털어놓으라고 집요하게 물었고 처음에 왔을 때 '우리 목표는 조세형'이라는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청송교도소 동기인 민씨, 하모(63)씨와 2009년 4월14일 부천시의 한 주택에 침입, 집주인 가족을 흉기로 위협하고 폭행한 뒤 현금 30만원과 금목걸이 등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조씨는 구속된 뒤 광진경찰서 유치장에서 한국일보와 단독 인터뷰(9월14일자 10면)를 갖고 "도둑질은 했어도 평생 강도짓은 안 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재판부는 증인 10명을 심문한 뒤 22일 일반 배심원 9명의 평결을 참고해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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