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권력을 이어 받게 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이미 정적들을 대부분 숙청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이 속도를 내기 시작한 지난해와 올해 유난히 북한 고위층의 사고와 질병으로 인한 사망과 해임 등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먼저 올해 초에는 체제 단속의 핵심인 국가안전보위부 류경 부부장이 간첩죄로 처형되고 인민보안부 주상성 부장도 뇌물수수죄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 부부장의 숙청은 김 부위원장 측근 인물들의 제보가, 주 부장의 해임에는 알력 관계에 있던 고위 간부의 밀고가 결정적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이들의 숙청과 함께 두 인물의 측근 라인들도 대규모 해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시 북한 내부에서는 김 부위원장이 문제 간부를 색출하고 충복들을 심어 후계체제 구축의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직접 지시한 것이란 소문이 무성했다.
지난해 4월에는 당의 실세인 리용철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이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발표됐다. 그는 1994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에 임명된 후, 이후 16년 동안 자리를 유지해 왔다. 지난해 6월에는 리제강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러나 북한 고위층이 운전기사도 없이 차를 몰았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그의 죽음에는 구구한 해석이 뒤따랐다.
또 같은 해 5월에는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자 국방위 위원인 김일철이'동지' 칭호도 생략된 채 해임됐다. 북한은 그가 78세의 고령이라서 해임됐다고 발표했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해임 배경을 놓고 김 부위원장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는 분석이 나왔다.
당과 군의 요직을 맡고 있는 인물들이 잇따라 제거된 것과 관련,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반김정은'세력까지는 아니라도 김 부위원장에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밖에 김 부위원장은 최대 정적인 자신의 이복형 김정남을 제거하기 위해 2004년 오스트리아, 2009년 마카오에서 암살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사전에 감지한 김정남은 싱가포르로 피신하면서 "어린 놈(김정은)이 나를 죽이려 한다"고 측근에게 말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적에 대한 사전 숙청은 김 위원장의 전례에 비추어 봐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로 들린다. 김 위원장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인 1990년대 후반 대규모 숙청을 통해 권력을 공고화 했다. 김 위원장은 서관희 당시 농업담당 당비서에게 간첩죄를 적용하면서 그와 직간접 관련이 있는 수천명의 당 간부를 숙청했고 그 가족과 측근 등 2만여명을 정치범수용소로 보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체제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인사들을 모조리 제거했었다.
전문가들은"김 부위원장의 경우 권력 세습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도 향후 추가 숙청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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