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장소와 시점 등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과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국가정보원 등이 파악한 내용이 지난 19일 북한의 공식 발표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의혹이 증폭되는 것은 물론 북한 당국의 조작 가능성 등 루머들이 양산되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 등 관련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의문들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일, 전용 열차에서 숨졌나
최대 의문점은 역시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 안에서 사망했는지 여부다. 그가 숨진 시각에 전용 열차가 달리고 있었는지 아니면 멈춘 상태였는지도 북한과 우리 정보 당국 간 의견이 갈리는 부분이다.
북한은 19일 조선중앙TV를 통해 "현지지도의 길에 오른 김정일 동지께서 12월 17일 8시30분에 달리는 야전열차 안에서 급병으로 서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정원 등이 파악한 내용은 달랐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발표한 김 위원장 사망 시점에) 김정일 전용 열차가 평양 룡성역에 서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김 위원장이 어디에 가려고 (열차에) 탄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에 대해 "여러 상황을 검토 중으로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열차에 탔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들은 김 위원장의 사망 장소가 열차 내부가 아니거나 적어도 달리는 열차에서 숨진 것은 아니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일부에서는 김 위원장 사망 장소가 룡성역 인근 '21호 관저'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1호 관저는 평양 중구역에 있는 창광산 26호 관저와 함께 김 위원장이 가장 선호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 김 위원장의 탑승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룡성역과는 지하터널로 연결돼 있다. 지상 2층, 지하 3층 구조인 21호 관저는 지하 1층에 식당과 침실, 지하 2층에 수영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에서 사망하지 않았을 경우 이곳에서 숨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북한 호위사령부 출신인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중국을 통해 북한 고위 소식통과 접촉한 결과 김 위원장 사망 장소는 열차가 아닌 평양의 관저"라고 주장했다.
사망 당시 현지지도 중이었나
군 당국은 "지난 17일 김 위원장 사망 당시 전용 열차가 움직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원 원장도 전날 국회 정보위에서 "16일부터 18일까지 김정일 전용 열차는 평양 룡성역에서 움직인 적이 없다"고 보고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숨졌다고 해도 북한의 발표처럼 '달리는 열차 안'은 아니었다는 얘기가 된다. 때문에 북한이 "김 위원장이 끝까지 인민들을 위해 일하다 숨졌다"는 식으로 선전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일성 사망 때와 달리 김정일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존경심은 현격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며 "북한 입장에선 김정일 사망을 그럴 듯하게 포장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 정말 17일에 사망했나
김정일이 북한 발표대로 17일 오전 8시30분에 사망했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당일 아침 평양의 기온은 섭씨 영하 12도였다. 때문에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김 위원장이 혹한의 추위 속에 이른 아침부터 외부 활동에 나섰다는 것 자체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야행성에 가까운 김 위원장의 생활 습관을 고려할 때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사망 시각이 '16일 밤'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 탈북자단체는 "김 위원장은 17일이 아닌 16일에 숨졌으며 북한 당국이 체제 동요를 우려, 수습 대책 마련 등의 시간을 번 뒤 발표시간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윤걸 소장은 "16일 오후 8시쯤 사망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 원 원장은 20일 정보위에서 '16일 사망설'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첩보 수준의 보고는 받았지만 진위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인터넷에서는 김 위원장 사망 소식을 전한 조선중앙TV 아니운서 리춘희가 10월 19일 이후 두 달간 모습을 감췄던 점을 거론하며 "김 위원장이 두 달 전 사망한 게 아니냐"는 루머도 나돌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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