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위해 추진한 '알뜰주유소'가 우여곡절 끝에 내주 첫 발을 내딛게 됐다.
농협중앙회와 한국석유공사는 21일 정유 4사가 참여한 가운데 알뜰주유소 공급물량 3차 입찰을 실시,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GS칼텍스는 호남과 영남권, 현대오일뱅크는 중부권에 각각 기름을 공급할 예정이며, 농협과 석유공사가 공급받을 물량은 각각 100만㎘, 40만㎘다.
농협과 석유공사는 앞서 두 번의 입찰을 실시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모두 유찰됐다. 결국 정유사들의 공급물량 및 물류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전국을 권역별로 나눠 공급자를 선정하는 쪽으로 입찰 방식을 변경, 세 번째 만에 낙찰자를 가리게 됐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오는 29일 경기 용인시 소재 마평주유소가 알뜰주유소 1호점으로 출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경부는 시중 주유소보다 ℓ당 70~100원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내년에 최대 700곳, 2015년에는 1,300곳까지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석유공사와 농협이 대량 공동구매를 통해 싼값에 기름을 공급받고, 알뜰주유소는 경품 등 불필요한 서비스를 없앤 뒤 셀프주유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소비자가격을 내리겠다는 것.
하지만 알뜰주유소가 순항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정유 4사의 과점체제가 공고한 데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겠다는 곳이 얼마나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다. 정부가 내년까지 예상하는 알뜰주유소 중 수도권 비중은 5% 남짓이어서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으로는 유가가 낮은 시점에 얼마나 많은 물량을 확보할 지, 석유공사의 서산ㆍ용인기지 탱크와 서산~용인간 송유관을 활용해 저장비용을 얼마나 줄일 지도 관건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 석유시장 변동에 대한 예측시스템을 통해 유가가 낮은 시점을 제대로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주유소협회에 가입한 일부 주유소들은 농협 NH카드 결제를 거부하고 나섰다. 농협이 알뜰 주유소 설립과 운영에 적극적이었고, 가맹점 수수료율을 1.5%에서 1.0%로 낮춰달라는 요구를 거부했기 때문. 협회 관계자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알뜰주유소에만 공급가격을 대폭 할인한다면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며 "삼성카드도 수수료 인하를 거부할 경우 다음달 15일부터 가맹점 계약 해지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