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의 신임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입김'이 작용했다?
최강희(52) 감독은 지난 7일 조광래 감독의 경질 후 대표팀을 이끌 차기 사령탑 1순위로 꼽혔다. 올해 전북 현대를 K리그 정상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 받은 최 감독은 조 감독의 '경질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최적의 카드로 꼽혔다. 대한축구협회는 조 감독의 경질 발표 이전에 최 감독과 사전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봉동 이장' 최 감독은 줄곧 대표팀 감독직을 고사해왔다. 지난 5일 기자와 개인적으로 만났을 때도 "대표팀 감독은 지금 나에게 좋은 그림인 것 같지 않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클럽과 대표팀은 운영 방식이 확연히 다르다. 대표팀은 최고의 선수를 데리고 단기간에 최상의 전력을 끌어내야 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뒤따른다"며 클럽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거듭 강조했다.
최 감독은 조 감독의 고충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이해했다. 지난 달 26일 포항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최 감독은 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최 감독은 "당시 조 감독의 스트레스를 이해할 것 같더라.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 것 같아서 안쓰러웠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완고하게 거부의사를 밝혀왔던 최 감독이 짧은 시간 안에 마음을 돌리게 된 이유는 '현대가(家)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신분이기 때문이다. 전북의 실질적인 구단주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몽준 협회 명예회장(현대중공업 고문)의 이심전심이 대표팀 감독 선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짙다. 더욱이 최 감독은 프로생활의 대부분을 울산 현대(1984~92년)에서 보낸 '현대맨'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정황상 최 감독은 본인의 뜻보다는 타의에 의해서 '독이 든 성배'를 잡은 셈이다. 조 감독의 경질 사태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협회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도 고위층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달갑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한편 최 감독은 고졸 출신으로는 드물게 선수와 지도자로 성공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최 감독은 우신고를 졸업한 뒤 실업팀 한일은행에 입단하면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84년 현대의 창단 멤버였던 그는 조중연 협회 회장과 사제지간을 맺기도 했다. 조 회장은 최 감독이 갈 곳이 없었던 2002년에도 대표팀 코치로 선임하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낸 바 있다. 87년부터 대표팀에 뽑혔던 그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 출전해 수비수로 활약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던 최 감독은 2005년 7월에 전북 현대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그는 2006년 전북을 아시아 챔피언으로 이끌었고, 2009년과 2011년에는 K리그 정상 등극을 주도하면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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