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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복서에서 오페라 테너로 변신한 조용갑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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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그리 복서에서 오페라 테너로 변신한 조용갑씨

입력
2011.12.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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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목사를 꿈꿨던 청년은 돈을 벌기 위해 링에 올랐다. 권투글러브는 맞춘 듯 손에 꼭 맞았다. 거침없는 펀치로 라이트급 한국챔피언까지 목전에 뒀지만 미련없이 포기했다. 27세란 적지 않은 나이에 성악을 공부하러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났다.

오페라 테너 조용갑(41)씨 얘기다. 조씨는 조수미 등 세계적인 성악가를 배출한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학교를 다니며 세계적인 테너 거장 잔니 라이몬디에게 사사했다. 2000년 ‘라보엠’으로 데뷔한 이후 300여 차례 오페라 주역을 맡고 20여회 국제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동양의 파바로티’란 찬사를 받았다. 이런 조씨가 7월 14년 만에 영구귀국해 국내 무대에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고 있다.

그는 “교회에서 성가를 들은 목사님이 ‘재능이 있다’며 성악 공부를 권유했고, 유학비용까지 후원해줬다”며 “음악에 대한 기초가 없어 처음에는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전기도 안 들어왔던 전남 가거도 출신인 조씨가 권투를 접한 것은 열 여덟 살 때다. 중학교 졸업 이후 상경해 신문배달 세차 등을 할 당시 자신을 때린 불량 청소년들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였다. 신학대에 다니던 스물 한 살때엔 스파링 파트너로 링에 올랐고 뛰어난 재능 덕에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5년간 9전 5승의 전적을 거두며 한국챔피언 전초전까지 치렀던 링을 떠났지만, 그에게 권투는 여전히 일상 생활이다. 요즘도 권투로 몸을 푼 뒤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귀국 이후엔 성악에 재능은 있어도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 8명을 무료로 지도하고 있다. 최근엔 자신을 후원해 준 서울 노원구 공릉동 드림교회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자선공연을 준비 중이고, 아마추어 합창단도 만들었다. “기회를 얻었지만 시도도 못하고 꿈을 접는 이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고 싶어요”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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