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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밟아 본 땅" 소녀, 두 다리를 선물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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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 처음 밟아 본 땅" 소녀, 두 다리를 선물받다

입력
2011.12.2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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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으로 걸을 수 있게 치료해줘 정말 고맙습니다.”

아프리카 남동부의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서 온 샤드렉 띠아미께(9)양이 21일 오전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에서 김문수 경기지사에게 감사의 편지를 전했다. 침대에 걸터앉은 띠아미께양은 가지런히 뻗은 두 다리로 땅을 밟고 있었다. 의족을 눈치채기 힘들었다. 9월 21일 한국에 도착했을 때 그의 허벅지 아래엔 아무것도 없었다.

띠아미께양은 한 살 무렵 화상을 입어 양다리를 절단했다. 오른쪽은 허벅지부터, 왼쪽은 종아리아래가 없어 의족을 차기도 어려웠다. 친구들이 마음껏 뛰어 노는 모습을 바라보며 8년간 혼자 눈물을 흘렸다.

말라위에서 활동하는 한국 NGO ‘우리문화 가꾸기’로부터 이런 소식을 들은 도의료원이 도움을 주기로 결정했다. 도의료원 부탁을 받은 조재호 아주대병원 소아재활학과 교수는 띠아미께양 입국 다음날 기형적으로 자란 다리 뼈를 자르고 화상 입은 피부를 늘려주는 수술을 마쳤다. 이 병원 소아과 교수 출신인 배기수 도의료원장의 배려 덕분에 수술은 무료였다. 의족을 차면서 90㎝였던 키는 145㎝로 훌쩍 커졌다.

수원병원에서 진행된 재활치료도 성공적이었다. 물리치료사 변병희씨는 “스스로 걸을 수 있을지 반신반의했지만 2주 만에 처음으로 걸음을 떼는 순간 또래 딸을 가진 부모 입장에서 눈물이 날 만큼 감동했다”고 말했다.

도의료원은 말라위에서도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활프로그램을 현지 병원에 전수하고, 성장하면서 필요한 의족 교체 등 추가비용도 지원하기로 했다. 김 지사는 “과거 도움을 받아 성장한 대한민국은 이제 가장 어렵고 아픈 이들을 찾아가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띠아미께양은 이날 오후 7시 카이스트에서 공부하는 자국 대학생 마리암과 함께 말라위행 비행기에 올랐다. 입국할 때 탔던 휠체어는 훌훌 던져 버렸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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