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일 사망 이후-국내외 전문가 전망/ "후견그룹에 의한 유훈통치 1,2년 후 김정은 유일 체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국내외 전문가 전망/ "후견그룹에 의한 유훈통치 1,2년 후 김정은 유일 체제"

입력
2011.12.20 17:49
0 0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 권력은 당분간 공백기에 빠지게 됐다. 국내외 외교ㆍ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강성대국 원년을 앞둔 북한이 일정 기간 동안 후계자 김정은 후견 그룹의 집단 영도체제 아래 김정일 '유훈 통치'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을 강화하면서 능동적인 대중 전략을 구축, 향후 1, 2년간 북한발 불확실성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일의 선군정치 당분간 유지… 화려한 강성대국은 현실성 낮아져"

김정은이 단기적으론 새로운 정책으로 김정일과 차별화할 가능성은 낮다. 김정일의 '선군 정치'는 당분간 변질되거나 약화하진 않을 것이다. 김정은 체제가 뿌리 내리는 시점까지는 김정일이 '죽었지만 살아서 통치하는' 체제가 될 것이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는 형식적으론 김정은을 지도자로 내세우되 내용적으론 장성택 김경희 리영호 최룡해 등 후견인이 떠받치는 집단 지도체제가 될 확률이 높다.

이 체제가 아주 약한 구조는 아닐 것이다. 이미 김정일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뼈대를 갖춰 놓았기 때문이다. 장성택이 김정은과 대립각을 세울 것으로 보는 시각은 너무 앞서가는 관측이다.

군부도 이미 김정은 측근인 리영호 중심으로 세대교체가 됐다. 때문에 군부가 별도 세력을 구축, 김정은 체제를 흔들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현재 새로운 엘리트를 중심으로 군부를 간접 장악하고 있지만 앞으론 상당히 빠르게 직접 장악을 시도할 것이다.

김정일 사망으로 '화려한' 강성대국은 현실성이 낮아졌다. 대신 추모 분위기 속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며 경제적 윤택함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상황 개선 속도가 더디면 군사ㆍ사상적 사회주의를 강화할 것이다. 김정일도 김일성 사망 시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는 슬로건을 내세워 사상전으로 끌고 간 경험이 있다.

북한 체제의 근본을 흔드는 급변 사태 가능성은 적다.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만한 대체 세력이 전혀 만들어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이 그런 상황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한다.

●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장례기간 끝나면 북미대화 재개… 당장 남북대화 나서긴 어려워"

군부에 의한 급변 사태는 가능성이 낮다. 김정은 반대 세력으로 거론되는 오극렬국방위 부위원장은 군의 신망이 두텁다. 하지만 동시에 당의 지도를 강하게 받는 군부엘리트인 만큼 개별적 반발은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김정은 체제가 강고하게 유지되도록 노력할 인사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도 자신의 '손발'들이 김정은 후견 세력으로 차출됐다. 혼자 쿠데타나 성과 없는 반발을 일으킬 환경이 아니다.

장례기간이 끝나면 법적 제도적 절차를 밟아 곧장 김정은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강성대국 입문'도 김정은 체제 하에서 선포할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의 경험이 부족한 만큼 지도자가 되어도 1년 정도는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장성택 김경희 리영호 최룡해 등 후견인 그룹 중심으로 집단지도체제 성격을 띤 과도체제가 북한을 이끌 것이다. 이후 1년 정도 지나 김정은 유일 체제로 전환될 것이다.

김정은 시대가 열려도 김정일의 유훈은 계승될 것이다. 장례기간이 끝나고 한두 달 정도 지나 북미 대화를 재개한 뒤 6자 회담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 체제가 당장 남북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 북한도 1년 정도의 애도 기간이 필요하고 우리 역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상회담 같은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장례 기간에 나름대로 성의를 보이고 적십자회담, 인도적 지원 등 실무 수준의 남북 대화를 이어가면 남북 관계가 소강 상태로 가더라도 악화하진 않을 것이다.

● 스티븐 보즈워스 전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 (현 터프츠대 학장)

"김정은, 엘리트들에 주의 기울여… 분열 없을듯"

김정일 사망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3일 전에 비해 오늘이 훨씬 위험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북한처럼 피폐하고 핵무기를 가진 나라에서 지도자 교체가 불확실성과 불안 수준을 높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한이 19일 동해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예정된 일정에 따른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없다. 북한이 인민들에게 우리가 아직 강건하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한 시위용 발사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한국과 미국, 세계에 북한이 무시할 수 없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에 대해선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김정은이 10대 초반에 스위스 국제중학교를 2년 다녔다고 '믿고' 있고, 농구광이란 '소문'이 있고, 영어를 말할 수 있고 독일어를 약간 할 것이라는 보고서들이 있기는 하다. 그 이상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김정은이 코스모폴리탄적인 경험을 한 인물이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북한 지도체제의 계속적인 진화는 기대할 수 있다. 김일성은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켰고,김정일은 광범위하게 다른 권력 중심과 협의했다. 북한 엘리트들은 분열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 군부와 당 원로의 요구에 매우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김정은이 일방적으로 핵 도발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할 위치에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김정은은 명목상 지도자에 머물지 않고 나름 역할을 할 것이다. 그는 김정일보다 더 확대된 방향으로 권력을 공유하게 될 것이다.

● 장롄구이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

"식량난·국제적 고립 등 잠재된 문제들 노출 예상"

북한은 누가 새 지도자가 되건 향후 6개월간 내부 단속에 전념할 것이다. 단 시간 내 한반도 문제에 대한 구체적 정책을 내놓을 여력은 없을 것이다. 북한의 장기적 발전 가능성을 볼 때 내부에서 중대한 정책 조정이 이뤄질 것이다. 김정일 사망 후 당장 북한 내부에서 소요 사태 등 이상 현상은 나타나지 않겠지만, 잠재된 많은 문제점들이 서서히 노출될 것이다.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위기, 선군정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문제 등 내정 문제 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고립으로 이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북한의 새 지도자가 계속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고집할 경우 곤경을 벗어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고, 내부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다.

새 지도자는 현 국가정책을 조정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상황이 호전되거나 소요사태가 발생하는 등 두 가지 가능성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향후 1, 2년 사이 북한은 내부적으로 많은 불확실성들이 분출되고, 국내 정세가 안정되기까지는 최소 2년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김정은은 이미 1년 전에 후계자로 지목됐고, 국가정책 입안에 어느 정도 참여해왔지만 나이가 너무 어려 세가지 난관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각 계층의 관계를 잘 조정해 순조롭게 지도자 자리를 계승할 수 있을 지 여부, 둘째 계승 후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권력에 대한 완전한 장악이 이뤄질 수 있을 지 여부이다. 마지막으로 권력을 장악한 후 북한에 맞는 효율적인 치국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그의 앞에 놓인 당면 과제이다.

● 오코노기 마사오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경제문제 해결위해 개방·개혁 노선 선택 가능성"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이 혼란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김정일은 3년 전 한차례 쓰러진 이후 착실히 후계자 계승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3남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에 오르는 과정에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직후 발표된 장례위원 명단에 김정은의 이름이 제일 처음 거론된 데다, 북한 언론도 김정일 사망 발표 하루 만에 김정은을 영도자로 지칭한 것은 후계자 선정 작업이 마무리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지도자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통과의례를 거쳐야 한다. 내년 4월15일 김일성 주석 탄생 100주년에 앞서 전국인민대표회의와 당 중앙군사위원회 등에서 최고지도자 위치를 부여받아야 명실상부한 서열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20대 나이에 연륜이 짧은 부담이 있는 만큼 당분간 고모부인 장성택 당 행정부장과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등과 함께 3, 4년간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높다. 이 기간은 김정은의 시간 벌기 시기로 해석하고 싶다.

김정은은 입지를 다지기 위해 심각한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개방, 개혁을 선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들이며, 6자 회담을 재개하는 등 화해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후계자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국지적 전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하나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반면 김정은이 확실한 지도자로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군부의 반발로 이어져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