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의 사상적 틀은 당분간 북한의 기존 통치이념인 김일성 주석의 '주체사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선군 정치'를 계승하는 선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선대와 같은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기 어렵고 독자적인 새 통치이념을 내세울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체사상은 서구의 유물사관과 차별화된 사람중심, 인간중심의 사상이라고 북한은 선전해왔다. 여기에 대외정세가 악화하면서 김 주석보다 상대적으로 통치기반이 굳건치 못했던 김 위원장은 군의 안정적 관리를 겨냥해 선군정치를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사망 이후에도 북한 매체의 보도에서 계속 '군대'와 '주민'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선군사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다면 시대 변화에 맞는 자신의 고유 사상을 내걸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실용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김정은의 독자적 사상이 나올 수 있다"며 "최근 북한 내부에서 '실리 사회주의'같은 용어가 나온 적이 있고, 북한 매체도 김 위원장이 주민생활 개선을 위한 현지지도 중 사망했다고 반복했다는 점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도 "대외관계가 풀려가고 통치기반이 구축되면 김정은 부위원장이 자기 이름으로 독자적 사상을 낼 수 있다"며 "다만 그러기까지 상당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 체제'가 북한 주민들에게 인정을 받으려면 경제 회복 등 실리적인 측면에서 생활 수준을 개선시켜야 하기 때문에 우리로 치면 민생 중시와 같은 '실용'을 앞세운 새로운 정치 이념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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