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발표 이틀째인 20일 북한 매체는 전날의 추모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조선중앙TV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던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국가 장의위원회 구성' 등의 보도를 시작으로 추모 분위기를 이끌었다.
먼저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이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경희 당 경공업 부장 등 당·정·군 고위 간부진 20~30명을 대동하고 김 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참배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당과 국가, 무력기관의 책임일꾼과 함께 김정일 동지의 영구(靈柩.시신이 담긴 관)를 찾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애도의 뜻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는 김 부위원장이 눈물을 글썽이는 동영상도 여과 없이 방영했다. 검은 인민복 형식의 상복을 입고 금수산기념궁전에 들어선 김 부위원장은 시신 앞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입을 굳게 다물며 애써 울음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부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장면도 나왔고, 라이벌 관계로 알려진 장성택과 오극렬이 나란히 서 있는 장면도 처음으로 포착됐다.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평양 주재 외국사절단의 금수산기념궁전 조문을 받고 일일이 인사에 응했다고 바나비 존스 주북영국대사관 1등 서기관이 전했다.
이날 조선중앙TV는 하루종일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하며 울부짖는 주민들의 모습을 방영했다. 학교나 직장 등에 걸린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홍보물 앞에서 추모식을 갖는 주민들의 모습이 다양하게 방영됐다.
또 조선중앙TV는 이날 정오쯤 김 위원장의 일대기를 다룬 기록영화 '누리에 빛나는 선군 태양'을 다시 방영했다. 북한은 총 7부로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기록영화를 애도 기간이 끝나는 29일까지 매일 내보낼 것으로 보인다.
북한 매체들은 이날 평양 외에도 황해도와 함경남도, 평안남도, 자강도 등지의 주민들이 비분에 잠기고 가슴을 치며 통곡한다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전했다. 노동신문은 20일자 1면에 환하게 웃는 김 위원장 사진을 토대로 그린 영정을 실었고, 조선중앙통신도 이 영정을 배포했다. 대북소식통은 "이 영정은 김일성 영정인 '태양상'을 그렸던 노력영웅 김성민 화백이 제작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 주민들의 소요 사태 움직임 등은 관측되지 않고 있다. 휴전선은 물론 중국과 경계한 국경선 일대에서도 특이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에 있는 북한 사람들은 조화 등 장례용품을 구입해 속속 귀국하고 있다.
대북소식통은 "주민들이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에도 대부분 차분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으며 후계자인 김정은에 대해서는 이름 정도만 알고 나이 등 다른 신상 정보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다"며 "단지 김일성 주석을 닮은 후계자가 통 큰 정책을 편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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