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체제의 운명은 고모부인 장성택(65) 국방위 부위원장 겸 노동당 행정부장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권력 공백 사태 속에서 권부의 중심에 서 있는 장성택이 어떤 선택과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김정은 체제가 안착할지, 아니면 북한이 잔인한 권력 암투로 빨려 들어갈지가 결정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장성택은 국가 공식 권력 서열은 19위지만, 군ㆍ공안ㆍ경제 등 각 분야를 장악한 최고 실세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을 보호하고 교육하라'는 특명을 받고 그간 당과 군을 막후 조종하는 후견인 역할을 해왔지만, 김 위원장이 급사하면서 미묘한 상황이 됐다.
북한 전문가들은 일단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당 정치국 위원과 함께 섭정 형식의 통치를 하면서 김정은의 홀로 서기를 도와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서 장성택 부부가 뒤에서 김정은을 대리해 통치하는 '수렴 청정'을 시도할 수도 있고, 세 사람의 집단 지도체제가 꾸려질 수도 있다. 통치 형태가 무엇이 되든 장성택이 후견인 역할에 만족하면서 처조카의 통치체제를 보좌할 경우 북한 내부는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은 체제에 대한 군 내부의 반감이 크거나, 경제사정이 열악한 주민들의 집단 반발 기미가 있을 경우 장성택 입장에서도 더 이상 김정은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여기에다 장성택이 스스로 집권에 나설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장성택은 2004년 김 위원장으로부터 지나치게 권력을 탐한다는 '괘씸죄'에 걸려 2년간 실권했을 정도로 권력욕이 상당하다. 때문에 조카로부터 왕위를 빼앗은 '현대판 수양대군'이 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 소식통은 "김 위원장 애도 기간이 끝나는 내년 초 이후 장성택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된다"며 "오히려 장성택을 견제하려는 군부세력이 들고 일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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