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이 적은 순으로 70%에게 월 2만~9만원 가량씩 지원하는 기초노령연금이 투입자금 중 절반 정도만 노인 빈곤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상을 줄이고 빈곤 노인에게 혜택을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도입 취지상 노령수당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상당해 노령연금 수혜대상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더욱 격화하고 있다.
20일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연금포럼 최신호(43호)에 게재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노령연금의 빈곤해소 효율성은 2조원의 가량 투입액을 기준으로 0.545로 나타나, 총급여액의 절반만이 빈곤갭을 줄이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됐다. 노인 가구를 절대빈곤 상태(소득 최저생계비 미만)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데 투입된 돈이 약 1조원이고, 나머지는 애초에 절대빈곤층이 아닌 노인에게 돌아갔다는 뜻이다. 가구총소득 기준으로 2008년 노인의 절대빈곤율은 35.48%였는데 2008년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기초노령연금이 없었다면 빈곤율은 39.46%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산됐다. 보고서는 "기초노령연금이 빈곤 감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빈곤갭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면 빈곤하지 않은 노인들에게 사용하는 재원을 빈곤 노인들에게 사용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은 도입 취지에 맞게 공적부조로 국한하지 말고 오히려 보편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날 참여연대 토론회에 참석, "기초노령연금제도가 국민연금 삭감과 함께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초노령연금은 보편적 노령수당제도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상대빈곤율(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의 비율)이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3%의 세 배에 달하고, 노인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빈곤율을 기준으로 노령연금의 빈곤해소 기능을 따졌다면, 절반보다 더 높게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2007년 제정된 기초노령연금법은 국회 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연금지급기준, 국민연금과 통합방안, 소요재원 대책 등을 논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국회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 논란이 가장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부분이지만 국회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노령연금 최고 수령액을 현재 9만1,200원에서 9만4,300원으로 올리도록 예산안을 제출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이를 11만3,100원으로 증액했으나, 아직 국회의 최종 예산안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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