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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전쟁도 끝내기 수순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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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전쟁도 끝내기 수순 밟나

입력
2011.12.2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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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0년을 끌어 온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9ㆍ11 테러 이후 시작한 '두개의 전쟁' 중 이라크전이 공식 종료된 만큼 아프간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정치적 해법이 출구전략의 핵심이다.

로이터통신은 20일 미 행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 "지난 10개월 동안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이 진행해 온 비밀협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양측은 독일과 카타르 등에서 6번의 만남을 가졌으며, 최근 탈레반과 아프간 정부의 협상에 상당부분 의견접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카운터파트가 탈레반 지도자 물라 오마르의 대리인들이라는 점에서 최고 수준의 외교적 접촉"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3단계의 협상 로드맵을 상정하고 있다. 먼저 미국이 쿠바 관타나모 기지에 수감된 탈레반 죄수 20여명을 아프간 정부에 인계하고, 탈레반은 알 카에다 등 테려세력과의 단절을 확약하는 '신뢰구축 조치'에 서명한다. 그 다음 미국 중재 하에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직접 대화에 착수하고, 마지막으로 탈레반이 아프간 정계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시나리오다. 미국과 탈레반 간 물밑 접촉설은 꾸준히 제기됐지만 협상 내역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아프간전 출구전략을 서두르는 것은 현 상태로는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군이 2001년 10월 아프간전 개시 이후 한 달 만에 수도 카불을 장악하면서 곧 끝날 듯 보였던 전쟁은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주둔 미군은 10만명을 넘어섰고, 3,300억달러의 천문학적 전비가 투입됐다. 국방예산 감축과 2014년 아프간 철군을 앞둔 미국 입장에서 유일한 대안은 정치적 해법일 수밖에 없다.

걸림돌은 남아 있다. 협상의 한 축인 아프간 정부의 부정적 태도다.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부르하누딘 라바니 전 대통령이 9월 탈레반 측 협상 특사를 자처한 괴한의 자폭테러로 암살된 직후 탈레반과의 대화 단절을 선언했다. 지난주에는 카타르 정부가 탈레반 사무소 개소를 허용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미국 정가에서는 탈레반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미군 철수가 예정된 만큼 협상을 빌미로 시간을 벌려는 탈레반의 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잔인하기로 유명한 탈레반 분파, 파키스탄 반군인 하카니 네트워크를 배후조종하는 파키스탄정보부의 방해 공작도 협상 전망을 어둡게 한다. 국무부 관계자는 "미국 측 협상 주체인 국무부 내에서조차 낙관론은 높지 않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은 기껏해야 30% 정도"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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