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의 아이디어는 고대 역사서인 <사기> 와 <춘추> , 사서삼경 중 하나인 <서경> 등에서 주로 찾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사자성어들이 일반들에게 친숙하고 세태를 풍자하는 내용도 많기 때문이지요." 서경> 춘추> 사기>
교수신문이 최근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엄이도종'(掩耳盜鐘ㆍ귀를 막고 종을훔친다)'을 추천한 인물이 김풍기(50)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는 2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엄이도종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남의 비난을 듣기 싫어 귀를 막아 보지만 결국은 소용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소통부재를 꼬집은 말이다.
김 교수는 연구년 때문에 미국에 있던 지난해를 빼고 2003년부터 지금까지 올해의 사자성어 추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한국고전문학 전공 박사과정을 밟은 이력으로 2003년 초 교수신문에 1년간 사자성어 관련 칼럼을 쓴 게 계기가 됐다. "전공 탓인지 일반인보다 사자성어에 밝습니다. 하지만 평소에도 국내 정치와 경제, 사회상황을 주시하면서 여기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래서 고전은 친구나 마찬가지에요."
올해의 사자성어는 각 분야 교수들이 추천한 사자성어 30개 가운데 5개를 추려낸 뒤 주요 학회장과 대학 인사 등 300여명에게 단 하나만 고르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결정됐다. '엄이도종'은 설문조사에서 40% 가까운 지지를 받았다. "물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던져 줘 구하려 한다는 뜻으로, 일의 방법을 잘못 찾고 있다는 의미인 '증닉추석'(拯溺錘石)도 함께 추천했어요. 정말 생소한 사자성어라 그런지 호응은 크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2001년부터 국내 교수들이 한 해 동안 국내 상황을 압축해 선정하는 올해의 사자성어에서 김 교수가 제안한 게 최종 선택되기는 2008년에 이어 두 번째다. 2008년 당시 추천한 사자성어는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 받기를 싫어함을 빗댄'호질기의(護疾忌醫)'였다.
그는 2008년과 2011년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해 "정부와 국민의 '소통'이라는 기본 주제는 같지만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엔 소통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호질기의'를 선정했다면, 올해는 소통이 잘 되고 있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이 담겨 있습니다. 불통의 정부는 곤란합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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