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히트
미합중국의 시민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심사하는 로스 앤젤레스의 판사 앞에 이탈리아의 식당 주인도 왔다. 진지하게 준비해 왔지만 유감스럽게도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 때문에 시험에서 수정헌법 제8조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고 머뭇거리다가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시민권 신청자에게는 국어에 대한 지식이 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므로 그의 신청은 각하되었다. 3개월 뒤에 더 공부를 해가지고 다시 왔으나 물론 새 언어를 모르는 장애는 여전했다. 이번에는 남북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이 누구였는가 하는 질문이 주어졌는데, (큰소리로 상냥하게 나온) 그의 대답은 1492년이었다. 다시 각하되어 세 번째로 다시 왔을 때, 대통령은 몇 년마다 뽑느냐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해여 그는 또 1492년이라고 대답했다. 이번에는 판사도 그가 마음에 들었고 그가 새 언어를 배울 수 없음을 알아 차렸다. 그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회해 본 결과 노동을 하면서 어렵게 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가 네 번째로 나타났을 때 판사는 그에게 언제 아메리카가 발견되었느냐고 물었다. 그리하여, 1492년이라는 그의 정확한 대답을 근거로 하여 그는 마침내 시민권을 획득하였다.
● 독일 작가 브레히트는 나치를 피해 1941년에 미국으로 건너왔어요. 이 시는 1943년에 미국에서 씌어졌습니다. 시를 보면 할리우드 근처에서 시작한 미국 생활이 녹록지는 않았나 봐요. 낯선 곳에 잘 적응하고 싶다는 맘이 가득해도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1492년은 콜럼버스와 그의 일행이 아메리카 대륙에 첫 발을 디딘 해. 판사의 선조들도 원주민의 말을 한 마디도 못했어요. 항해만으로도 고됐는데 어떻게 예습까지 했겠어요? 그러니 이탈리아 식당주인의 고된 사정을 이해해줘야 하는 건 아주 당연한 일. 배려 받고 환대 받아야 하는 이들이 이주노동자뿐은 아니에요. 새해에는 의욕은 가득하지만 모든 게 서툴고 엉성한 신참들에게 정말 다정해지기로 해요. 우리의 올챙이적, 우리의 1492년을 떠올리면서요. 그럼 식당주인의 축하 파티에 가서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안 스파게티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된 판사처럼 우리에게도 멋진 일이 생길 거예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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