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해 "북한 주민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공식 조의를 표명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정부 차원의 조문단은 보내지 않는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유족의 방북 조문은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문 논란이 우리 내부 분란으로 커질 것이 걱정되던 상황에서 여러모로 현명한 선택이다. 이것으로 떠들썩한 논란은 끝내기 바란다.
어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의 정부 담화문은 장의위원회나 상주 김정은이 아닌 북한 주민을 위로하는 형식이다. 그러나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정부가 침묵한 것에 비해 전향적이다."북한이 조속히 안정을 되찾아 남북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우리의 선의를 밝힌 것도 적절했다.
남북이 적대적 대치와 화해 협력의 이중적 관계로 얽힌 현실에서 김 위원장 조문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은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대의명분이 아무리 고상하더라도, 북한 지도자의 장례에 우리끼리 언성을 높이는 것은 볼썽사납다. 집단이든 개인이든 남북관계의 역사적 현실과 국민 정서를 두루 살피는 도량과 절제가 필요하다.
정부의 조의 표명은 남북관계를 먼저 고려한 것이지만 나라의 품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물론 조문, 조의 얘기에 펄쩍 뛰는 국민도 많다. 김 위원장은 화해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거듭된 도발로 우리에게 많은 고통과 분노를 안겼다. 또 북한 주민을 독재와 절대 빈곤의 질곡에 묶어둔 채 호사를 누렸다. 그러나 그런 북한을 국제사회의 일원, 대화 상대로 수용한 만큼 최소한의 조의 표시는 국가 품격과 국제 관행을 돌보는 지혜다.
민주통합당 등 몇몇 정당과 단체가 방북 조문을 주장하는 뜻은 이해한다. 그러나 북측이 조문단을 받지 않겠다는 마당에 정부ㆍ여당까지 끌고 들어가는 것은 이념 논쟁을 부추기려는 정략일 수 있다. 각자 소신에 따라 행동할 일이지만, 누구든 내놓고 애도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국민 다수는 떠들썩한 논쟁보다 차분히 관망하기를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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