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령 독재자는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이다. 올해 나이 87세.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과 함께 총리에 이어 대통령으로 31년 간 권좌를 지키고 있다. 경제 파탄과 고령, 건강 악화 등에 따른 안팎의 사퇴 압력에도 최근 차기 대선후보로 재지명됐다. 그는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신이 다른 사람보다 긴 수명을 줘 여러분과 함께 있게 한 것은 참으로 행운"이라고 말했다는 보도다. 실업률 90%,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국민 절반이 구호식량으로 살아가는 나라 책임자로서 참으로 뻔뻔한 궤변이다.
■ 올해 85세인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도 장수하는 독재자에 속한다. 1959년 권력을 장악해 2008년 지병으로 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국가평의회 의장을 물려주기까지 52년간 통치했다. 아프리카 가봉의 44년 장기집권자로, 4차례나 방한했던 오마르 봉고온딤바 대통령은 74세까지 권좌를 누리다 2009년 사망했고, 아들이 권력을 이어받았다. 올해 초 아랍의 봄 시민혁명으로 30년 권좌에서 쫓겨난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은 83세다. 31년 집권했던 시리아의 독재자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은 2000년 심장마비로 사망할 당시 70세였다.
■ 그들에 비하면 나흘 전 69세 나이로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단명한 편이다. 82세로 사망한 아버지 김일성 주석보다도 13년이나 일찍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혼자 처리한 업무의 강도와 스트레스를 감안하면 김정일의 수명이 그들보다 결코 짧았다고 하기 어렵다. 북한은 나라 규모와 내외적인 상황 면에서 아프리카나 중동의 장기 독재국가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철저한 내부 통제와 현지 지도, 첨예한 남북대치와 벼랑 끝 전술의 대미외교 등과 관련한 모든 일이 그의'비준'을 통해 이뤄졌다. 그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였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 북한 매체들은 김정일 사인을'겹 쌓인 정신육체적 과로'에 의한 중증 급성심근경색과 심장성 쇼크라고 전했다. 김일성이 더 오래 산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 아들에게 거의 전권을 넘겨주고 뒷방에 물러난 덕분일 수 있다. 북한이 수령 절대체제를 유지하는 한 최고지도자의 격무는 불가피하다. 그런 격무와 스트레스를 견뎌야 하는 지도자는 오래 살기 어렵다. 그것은 최고 지도자 개인에겐 심각한 인권문제이기도 하다.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임기와 은퇴를 보장토록 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인권운동이 아닐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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