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발표하면서 "외국 조의(조문) 대표단을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마찬가지였다. '예의'와 '체면'을 유별나게 중시하는 북한의 특성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 조치다.
북한은 우선 취약한 체제 내부 상황이 조문객들의 입을 통해 외부로 전해지는 것을 막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오랜 대북 제재와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지금 북한의 경제ㆍ사회 사정은 최악이다. 원세훈 국정원장도 20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외국 조문객이 오게 되면 내부 사정이 많이 노출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현재 '권력 공백' 상태이고,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도도 그다지 높지 않다. 이에 따라 북한 주민들을 외부 세계로부터 보다 철저하게 격리시킬 필요성도 있었을 것이다. 외부 세계에서 김 위원장의 사망과 3대 세습 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 '위험한' 정보가 흘러 들어갔다가는 주민들이 동요하고 최악의 경우 대규모 주민 탈출 사태가 발생해 체제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 당국이 외국 조문단을 일일이 챙길 여력이 없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외국 조문단이 오면 의전과 경호, 숙박 등 모든 면에서 국빈급 대접을 해 주고, 한편으론 '통제'도 잘 해야 한다"며 "김 위원장의 급사로 비상 상황인 북한 당국에겐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김 주석 사망 때처럼 외국 조문단 거부를 나중에 번복하면서 '외국에서 성화를 해 허락했다'고 대내 선전용으로 활용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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