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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김정은 체제 앞날/ 北체제 어디로… 4가지 시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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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이후-김정은 체제 앞날/ 北체제 어디로… 4가지 시나리오

입력
2011.12.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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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은 20일 당ㆍ정ㆍ군의 고위 간부진을 대동한 채 김 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찾아 참배함으로써 새로운 지도체제의 가동을 대내외에 알렸다. 그러나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김정은 체제의 유지 여부에 대해 "예측할 수 없으며 예의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도 김정은 체제의 전망에 대해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은 2009년 1월 후계자로 내정된 데 이어 지난해 9월엔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선임됐다.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식화한 셈이다. 그러나 권력 승계를 완전히 마무리하지 못한 채 김 위원장이 급사한데다 김정은의 나이가 29세에 불과하기 때문에 '김정은 체제'의 앞날을 놓고 엇갈린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① 김정은 체제 홀로서기

'김정은 체제'의 출발은 일단 안정돼 보인다. 최고 권력자의 갑작스런 사망을 접하는 북한 지도부의 움직임이 상당히 준비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김정일 부재 상황에 대비한 위기 매뉴얼이 작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북한이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후 김정은을 '영도자' '계승자'로 표현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북한 매체들은 "우리 혁명의 진두에는 위대한 계승자이시며 우리 당과 군대와 인민의 탁월한 영도자이신 김정은 동지께서 서 계신다"고 밝혔다. 발표문은 또 "김정은 동지의 영도에 따라"라는 표현도 썼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인한 주민의 동요를 최소화하면서 추모 분위기를 김정은 체제의 안착으로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특히 김정은 체제를 떠받드는 핵심 기반으로 알려진 보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19일 김 위원장의 사망 발표 직후 접경 지역으로 파견된 것으로 알려져, 김 부위원장이 이미 주요 권력기관을 장악한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권력 세습을 추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② 집단지도체제 도입

김정은이 영도자로 불리기 시작했지만 과연 김 부위원장 홀로 북한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는 또 다른 문제다. 김 부위원장의 나이가 어리고 후계자 공식화(지난해 9월)가 이뤄진 지 1년 3개월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정권 장악력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의 후계자 수업 기간도 3년이 안 됐다.

실제로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장악하고 있는 당은 최룡해, 김영일, 김양건 비서 등 장 부장의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군 내부에서는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군 정치 책임자인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고 김 부위원장에 맞설 만한 힘이나 권위를 갖고 있는 세력도 뚜렷하게 부각되지 않았다. 때문에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집단지도체제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북한이 집단지도체제를 채택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이 같은 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적다는 분석이 많다.

③ 내부 권력 투쟁

절대 권력인 김 위원장이 사망한 만큼 그 동안 잠복돼 있었던 권력 투쟁이 가시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특히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40)이나 김 위원장의 이복동생인 김평일(57) 주 폴란드 대사와 이들과 가까운 세력들이 김정은과 권력 다툼을 벌일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이 북한을 떠난 지 너무 오래됐고, 지지 세력도 취약하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북한 권력의 재편 과정에서 비주류로 밀려 불만을 품은 군부나 제3의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들을 옹립할 수는 있다. 북한의 새 지도부가 핵을 포기하거나 대외적인 유화 정책을 추진할 경우 강경파인 군부가 제동을 걸면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④ 주민 주도의 민주화

김 위원장의 사망 이후 그 동안 억눌렸던 자유에 대한 주민들의 갈망이 폭발해 민주화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이다. 올해 튀니지를 비롯, 이집트와 리비아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뜨겁게 달궜던 민주화 열풍이 북한에 전파돼 영향을 주는 경우이다. 이미 일부 탈북 단체들은 "지금이야말로 북한을 공포와 폭력의 독재, 빈곤에서 민주화와 개혁ㆍ개방으로 이끌 수 있는 호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량 탈북 등의 급변 사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가시화할 수 있을 만큼 저항 의식을 가진 시민세력이 존재하는지, 또 주변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나올지 등은 미지수이다.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출발선에 선 '김정은 체제'가 과연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김정은과 북한 주민, 남한과 주변국의 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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