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에 북한 악재까지. 실낱같이 남아있던 연말 산타랠리의 기대감은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 20일 금융시장은 전날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났지만, 그렇다고 급반등의 모멘텀도 거의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과 해외 투자은행(IB) 등의 금융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북한보다 유럽이 더 큰 악재
증권 및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북한보다 유럽 재정위기를 금융시장의 더 큰 악재로 꼽는다. "북한 변수는 해소 과정으로 가겠지만, 유럽은 더 악화할 가능성이 충분"(송재학 우리투자증권 리서치1센터장), "북한은 돌발 상황만 없으면 큰 영향이 없겠지만, 유럽은 상당히 오랫동안 지긋지긋하게 변동성을 키울 것"(임진균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라는 진단이다.
그렇다고 북한 악재를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 특히 일부 해외 IB들은 북한 변수를 매우 경계하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UBS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이전 사건보다 불확실성이 더 강하다"며 "북한의 권력계승 계획이 가시화할 때까지는 주식시장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맥쿼리증권 역시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가 큰 가운데 나온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당분간 시장 변동성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시, 산타랠리는 없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는 산타랠리 희망을 접으라"고 주문한다. "유럽 악재에 북한 리스크까지 덮친 데다 산타랠리를 벌이기엔 물리적으로 남은 영업일수도 부족하다"(심재엽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는 등의 이유다.
연말까지 증시 변동폭은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심 팀장과 임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700과 1,900 선을 오가는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북한 변수보다는 유럽 상황에 따라 주가 출렁임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 센터장은 연말 주가가 1,800 밑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1분기에도 증시 랠리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공통된 예상이다. 지수 상단은 1,950~2,000으로 예상되지만, 유럽 국채 만기, 북한 변수 등이 번번이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환율 전망 대세는 상승
대외 악재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더해지면서 당분간 원화 가치 하락 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율이 연말 1,180원까지 상승하고, 내년 1분기말에는 1,200원 선에서 연중 고점을 찍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고,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1분기 환율이 1,21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UBS는 "한반도 불확실성 증가로 원화 가치 하강 압력이 커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금리를 소폭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래도 외화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다소 어려운 상황이 올 수는 있지만 외환보유고, 경상수지 흑자 등 펀더멘털을 감안할 때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없다"고 평했다.
향후 시장대응 전략
당분간 주식 투자는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았다. 심 팀장은 "대응하기보다 관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고, 송 센터장은 "변동성 큰 종목보다 자동차, 정유 등 장기 펀더멘털이 확보된 업종 중심으로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지수 1,800 이하에서 사고, 1,900이 넘으면 파는 박스권 매매 전략을 추천했다.
외환시장에 대해선 정부의 세심한 모니터링을 주문했다. 정 수석연구원은 "은행과 정책당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외화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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