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탄절을 맞아 강화 애기봉을 비롯해 전방지역 3곳에 설치한 등탑에서 진행할 예정이던 점등 행사를 취소하기로 20일 결정했다. 등탑 점등은 군이 가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대북 심리전 수단이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정부 차원의 결정에 따라 등탑 점등을 올해에는 유보하기로 했다"며 "점등을 요청했던 기독교계에도 통보해 정부 결정을 수용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점등 행사가 당초 23일부터 내년 1월 6일까지 예정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겨울에는 등탑에 불을 밝히지 않겠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2004년 이후 중단했던 점등 행사를 지난해 7년 만에 재개했었다.
군은 당초 "점등 행사는 기독교단체의 요청에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쪽에서 취소하지 않는 한 우리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 먼저 점등 행사를 취소하도록 요청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이날 담화문을 발표하고 "북한이 애도기간에 있는 점을 감안했다"며 추모 분위기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가 더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해 점등 행사를 재개했을 때 북한은 "체제를 위협하는 망동이다. 조준사격해 격파하겠다"며 격하게 반발했다. 군 관계자는 "통곡하는 북한 주민을 상대로 환하게 불을 밝혀 체제 우월성을 과시해봐야 득이 될 것 없다"고 말했다.
군은 그러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과 상관 없이 대북 FM 라디오 방송 '자유의 소리'는 계속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5ㆍ24 대북 제재조치에 따라 시작한 선전방송이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FM 라디오 방송은 우리 군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유일한 대북 심리전"이라고 말했다. 라디오 방송마저 중단할 경우 군이 북한에 대해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 포기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군은 이미 수개월째 대북전단 살포도 중단하고 있다. 군사분계선 인근에 설치한 11개의 대형확성기는 스피커가 꺼져있고, 대형전광판은 예산이 없어 아예 계획을 접었다. 대북 심리전을 완전히 포기한 건 아니지만 시늉만 내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로우키(low-key)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정부의 최우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 심리전 양상은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군 당국은 지난해 5ㆍ24조치 발표 후 대북전단을 창고에 보관하다가 11월 연평도 포격 직후 북한에 살포한 전례가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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