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을 무기로 미국과 치열한 대결 외교를 펼쳤던 북한 김정일의 사망 소식에 전세계 반미 진영 지도자들은 일제히 심심한 위로를 표시했다.
남미 반미블록 선봉장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김정일을 ‘동지’로 지칭하며 “베네수엘라 국민과 정부를 대표해 그의 죽음에 가장 진실한 마음으로 애도를 보낸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도자를 잃은 북한 국민이 평화롭고 번영된 미래를 만들어 낼 것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냉전체제 이후 줄곧 북한과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어왔던 쿠바는 20~22일 사흘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하고 정부 기관에 조기를 게양했다. 정부 대변인은 “국가평의회(최고 정책결정기관)가 김정일 동지의 사망에 공식 애도를 선포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1960년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쿠바는 현재 평양에 상주대사관을 개설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김일성 주석은 생존 당시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이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한 이란도 애도 대열에 동참했다. 행정부가 공식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란 의회는 19일 의장 명의로 “고통스러운 소식을 접하고 북한 국민, 정부, 의회에 애도를 표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과 이란은 73년 수교 이후 특히 군사 분야에서 활발한 교류를 진행했는데, 북한은 최근 진행 중인 이란의 핵개발에 수년간 상당한 도움을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정일을 ‘최악의 독재자’로 간주해 온 서방국가들은 조의를 표시하지 않은 채 북한의 급격한 체제 변화가 국제정세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19일 “김정일은 20년 가까이 북한 주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전체주의 지도자로 기억될 것”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북한은 긍정적으로 변할 기회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헤르만 반 롬푀이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북한의 새 지도부는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를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존 매케인 미 상원의원은 “김정일의 죽음으로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됐다”며 “북한의 ‘경애하는 지도자’는 카다피, 빈 라덴, 히틀러, 스탈린처럼 지옥의 한 구석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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