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의 모든 권력은 3남인 김정은 국방위 부위원장에게 세습될 것이 확실하다. 이로 인해 북한은 세계 현대사에 전무후무한 '3대 독재 정권 세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기게 됐다.
권력 세습이 법으로 보장된 군주제 국가(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를 제외하면 공화국 체제에서 3대 세습이 이뤄진 선례는 북한이 처음이다.
다른 국가에서도 통치권자가 자신의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부자 세습 사례는 간혹 있었다. 그래도 이 국가들은 요식행위이긴 했지만 대선을 치렀다는 점에서 북한과 달랐다.
아프리카 토고에서는 38년간 철권 통치를 했던 에야데마 그나싱베 대통령이 2005년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마자 아들 파우레 그나싱베가 대통령직을 물려 받았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서도 2001년 로랑 카빌라 대통령이 암살되자 1년 뒤 아들 조지프 카빌라에게 대통령직이 승계됐다. 조지프의 나이는 김정은과 같은 29살이었고, 조지프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35살 이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을 개정하는 무리수를 뒀다.
2003년 카스피해 서부 연안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는 게이다르 알리예프 대통령이 지병으로 물러나면서 일찌감치 후계자로 지목해 둔 아들인 일함 알리예프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줬다. 일함은 지난해 개헌안을 통과 시켜 종신 집권을 시도하고 있다.
아랍국가 중 공화국 체제인 시리아의 경우 1971년부터 집권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대통령이 2000년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이듬해 차남 바샤르 알아사드가 정권을 물려 받았다.
아버지의 힘으로 집권당 대표직에 올라 있던 바샤르는 당시 대선에서 득표율 97.2%를 기록했다. 아이티에서는 1971년 프랑스아 뒤발리에가 아들 장클로드에게 정권을 넘겨 줬다.
이 밖에 아프리카 적도기니와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2대 권력 세습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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