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소식을 접한 탈북자와 실향민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도 급작스런 변화로 향후 북한의 가족 안위가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탈북자 김모(49)씨는 19일 "당장 통일은 아니더라도 서신 왕래 등 외부와 소통 폭이 점점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당에서 주민 동요를 막기 위해 통제를 강화할 텐데 북에 두고 온 아내와 부모님, 자식이 잘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체제가 당장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란 예측도 했다. 탈북자 김모(48)씨는 "후계자 김정은이 나이가 어려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같은 실세들 주도하에 기존 체제를 공고하게 다진 뒤에야 개방을 하더라도 할 것"이라며 "언제나 가족들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큰 걱정은 북한 주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탈북동포회 소속 한모(64)씨는 "이 엄동설한에 끼니도 제대로 못 때우고 추모 집회에 동원될 동포들을 생각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북 5도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도 고향 땅을 밟을 희망을 가지면서도 한반도 평화가 깨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등 신중했다. 평남 덕천군 출신인 백윤걸(85)씨는 "북한이 제한적이나마 문을 열어 실향민의 한을 풀어줬으면 좋겠지만 그 동안 6자회담 기피 등 수시로 입장을 바꾼 모습을 감안하면 쉽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남 순천 출신 조선모(74)씨도 "과거 김일성이 죽었을 때도 많은 기대를 했지만 그 이후 달라지는 게 없었다"며 "실망이 컸던 만큼 이번에는 조용히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일 사후 북한체제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도 있다. 실향민 황용학(85)씨는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보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안 좋다고 하던데 걱정"이라면서도 "이번을 계기로 체제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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