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세대가 느는 만큼 인터넷 속 20대 병사들의 고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육군수사단 과학수사센터 사이버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정경학 준위는 ‘사이버 파수꾼’으로 불린다. 온라인에 자살을 암시하는 글을 올리는 장병들을 귀신같이 찾아내 목숨을 살리는 데 혁혁한 역할을 하는 이유에서다.
1982년 임관한 그는 전군 최초로 육군의 사이버수사 역량 신장 보고서를 내는 등 사이버수사대 창설 필요성을 제기한 장본인이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2000년 육군 사이버수사대가 창설돼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되는 군기 문란 자료 및 동영상을 식별해 군사정보 유출 등을 막고 있다.
2003년엔 검색어를 토대로 방대한 웹사이트 게시물 중 순찰대상 게시물을 식별해내는‘사이버 순찰 프로그램’(CWP)을 직접 개발했다. 정 준위는“군기문란 뿐만 아니라 순찰대상사이트에 군인이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자살’, ‘죽고싶다’ 등의 내용의 글이 뜨면 즉각 파악해 IP추적 등을 통해 해당 부대에 연락한다”며 “이런 일이 연간 50~60건 정도 된다”고 귀띔했다.
그는 “나약하거나 자살을 생각하는 병사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기 보단 자신의 구구절절한 심경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신세대 병사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지휘관 관할 부대 헌병 수사관이나 병영상담관과 연계해 문제가 됐던 병사를 찾아 고민을 듣고 문제가 해결됐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정 준위는 “내년부턴 더 많은 병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사이버 테러 등에 대응한 수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군 내 사이버테러 보안 업무에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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