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일 사망-정부 대응/ 김일성 사망때도 34시간 동안 깜깜…대북정보 구멍 여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일 사망-정부 대응/ 김일성 사망때도 34시간 동안 깜깜…대북정보 구멍 여전

입력
2011.12.19 12:07
0 0

북한 내부상황에 가장 정통해야 할 안보ㆍ외교라인 장관들도 지난 사흘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하나같이 북한의 급변사태와 상관없이 일정을 소화하다 19일 뒤늦게 소식을 전해 듣고 허둥지둥 뛰어 돌아오는 허술함을 보였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 특별방송이 시작된 이날 낮 12시 국회에 있었다. 여야 원내대표를 만나 올해 안에 국방개혁법안의 국회 통과를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김 장관은 국회에서 김 위원장 사망소식을 보고받고는 낮 12시 20분쯤 국방부로 복귀했다. 김 장관은 청사 지하에 있는 지휘통제실에서 참모들에게 "어찌된 상황이냐"고 물으며 상황을 서둘러 파악한 뒤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 참석을 위해 청와대로 향했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이날 오전 P-3C초계기를 타고 강릉 공군기지를 거쳐 헬기와 차량을 갈아타며 강원 고성군에 있는 최전방 감시초소를 찾았다. 북한과 불과 580m 떨어져 육안으로도 북한군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연말 대비태세 강조기간을 맞아 이날 하루 종일 동부전선에 있는 육ㆍ해ㆍ공군 부대를 시찰할 예정이었다.

정 의장은 부대 지휘관에게 북한군 특이동향을 물으며 대비태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별다른 언급은 없었다. 북한 방송을 보고서야 합참 상황실에서 전화로 김 위원장 사망 사실을 보고했다. 정 의장은 낮 12시 17분쯤 "적을 제대로 감시하고 육ㆍ해ㆍ공군의 비상경계태세를 철저히 갖추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다. 돌아갈 헬기를 불러놓고 병사들과 배식을 받아 점심을 먹으려던 찰나였다. 정 의장은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헬기를 타고 합참으로 돌아왔다.

군 관계자는 "전방부대에서 바라 본 북한 초소의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했다. 은밀한 정보획득과 분석이 아니라 전방에서 보고 들은 게 군이 파악하는 북한의 전부였던 셈이다.

정보 당국도 깜깜무소식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한 관계자는 "오전 10시 북한 조선중앙TV 등에서 특별방송을 예고하기 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소식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예고방송을 보고 나서야 정보파악에 들어간 것이다.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업무를 맡은 류우익 통일부 장관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오전 내부 일정을 소화하다가 북한 측 발표를 보고 김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처음 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한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의 최측근에 사람을 심어놓지 않는 한 그 같은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도 34시간 동안 사실을 알지 못해 대북 정보력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특정 부처의 책임을 떠나 정부 차원의 대북 정보수집과 분석체계가 허물어졌다는 자조와 한탄이 나오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