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아시아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리에 있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전염병 퇴치에 좀 더 앞장서야 합니다.”
19일 서울대 연구공원 내 국제백신연구소(IVI) 본부에서 취임식을 가진 크리스티앙 루크 IVI 신임 사무총장의 일성이다. 그는 “반세기만에 급속한 경제발전과 높은 위생수준을 이룬 한국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한국의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9월 사용 승인한 콜레라 백신 2건 중 하나가 IVI 주도로 만든 샨콜”이라며 “우수한 연구 인력과 여러 바이러스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최첨단 연구시설 등 한국의 지원이 없었다면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IVI는 국내에 본부를 둔 첫 국제기구다. 개도국의 전염성 질환 예방을 위해 유엔개발계획(UNDP) 주도로 1997년 출범했으며, 20개국 1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한해 예산(270억원)의 절반은 빌 게이츠 부부가 설립한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이 대고, 나머지는 한국 정부 지원과 기업 등 후원금으로 충당한다.
프랑스 태생인 루크 신임 사무총장은 25년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파스퇴르 등 다국적 백신 기업에서 근무한 백신 및 국제보건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파리 10대학에서 의학 박사학위를 받고 아프리카에서 처음 의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선진국에 있는 백신이 없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격한 뒤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각 나라에서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티푸스, 이질 등 여러 감염성 질환으로 개도국에선 매년 200만명이 사망한다”며 “빈곤 국가에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값싼 백신을 개발해 보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은 부, 건강, 평화 모두를 가져다 주기 때문에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촉매제”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콜레라 백신 샨콜 보급 확대, 장티푸스 백신 개발, 차세대 백신학자 양성과 국제협력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세기 인류는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던 천연두를 퇴치했어요. 21세기 공중보건의 위대한 도약은 IVI에서 이뤄질 거라 확신합니다.”
이날 루크 신임 사무총장의 취임식에는 라그나 노르비 IVI 이사장과 랜스 고든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감염성질환담당 부국장 등 국내외 인사 120여명이 참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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