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정부의 대북 정보력에 심각한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나면서 총체적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나 군 정보기관, 외교안보라인 등 국가안보 관련 기관 어느 곳도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 이틀이 지난 시점인 19일 아침까지도 사망 징후를 감지하지 못했다. 정보당국들은 이날 오전 10시 북한 측의 '특별방송' 예고가 나온 뒤에야 뒤늦게 사실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소식통은 이날 "오전 10시 북한 조선중앙TV와 조선중앙방송이 '오늘 낮12시에 특별방송을 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뒤에야 사실 파악에 나섰다"며 "특별방송은 김일성 주석 사망 때 외에는 거의 처음이어서 무척 당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천영우 외교안보수석으로부터 김 위원장 사망을 보고 받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했지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천 수석으로부터 보고 받은 시각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사망한 지난 17일 일본을 방문해 이틀 동안 외교 일정을 소화했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망 시각에서 4시간이 지난 17일 오후 12시30분에 출국했으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배상 문제로 설전을 벌인 뒤 다음날 오후 2시40분에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이틀 동안 남북에 권력 공백이 생긴 셈이다.
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사망 사건을 보고 받은 직후 NSC를 소집한 데 이어 비상국무회의를 열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비를 철저히 하고 국제사회와도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낮 전군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전방 지역에 RF-4 대북 정찰기 등 정찰∙감시자산을 증강해 대북 감시를 강화했다.
한편 북한이 이날 오전 함경남도 동해안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시험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사일은 공해상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 당국은 당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가 이날 오후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