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당분간 국내의 크고 작은 정치이슈를 일거에 집어삼키는 ‘블랙홀’역할을 할 것 같다. 북한 체제가 빠른 시일 내에 안정을 되찾는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 등 국내 정치 일정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 도리어 북한에 급변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대사(大事)를 앞둔 정치권의 긴장도는 어느 때보다 높다.
당장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미칠 영향의 크기와 방향은 현재로선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19일 “당분간 국내 정치는 북한의 정세 흐름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드롬’의 등장으로 기존 정치 질서의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정일 변수’의 등장은 정치권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박근혜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킨 여당이나, 통합 절차를 마무리짓고 총선을 치를 채비를 하던 민주통합당으로선 기존에 세웠던 선거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장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 한반도 안보 환경의 안정적 관리나 통일 문제 등이 중요한 이슈로 부상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정일 변수’가 여야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를 따지는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도 엇갈린다. 안보 환경의 급격한 변동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도록 기능할 가능성이 우선 거론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유권자들이 대체로 안정적 국정운영의 필요성을 느끼고 급격한 변화 움직임에 대해 조심스러운 인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여권이 다소 유리하다는 얘기다.
물론 “전쟁 발발 가능성 등 급격한 안보 위협이 생기면 젊은 층이 보수 진영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등 여야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유∙불리 평가도 엇갈린다. 안보관이 확실하고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 박 위원장에게 유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박 위원장이 여성이란 점이 부각되면 안보위기 상황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대선을 1년 여 앞둔 2006년 가을 북핵 위기를 계기로 이명박 후보에게 지지율을 역전 당한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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