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정일 사망-전문가 진단/ "당분간 집단지도체제 유지… 밀려난 군부 세력 주시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정일 사망-전문가 진단/ "당분간 집단지도체제 유지… 밀려난 군부 세력 주시를"

입력
2011.12.19 11:35
0 0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북한의 지도체제와 남북관계, 동북아 정세 등 한반도 주변질서를 크게 요동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도 북한의 권력이 김 위원장의 3남이자 후계자인 김정은으로 이양될 것으로 점치면서도 군부를 중심으로 한 내부 권력투쟁 등 급변사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특히 북한 체제가 안정을 찾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치밀한 대응을 주문했다.

권력이양 거의 끝나 큰 혼란은 없을 듯

▦이재정 성공회대 석좌교수ㆍ전 통일부 장관

최고지도자의 사망으로 북한 사회의 충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미 김 위원장 이후를 대비한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의 뇌졸중 발병 이후 후계구도를 구축했고, 당과 통치기구에 대한 구조개편도 진행해왔다. 실제 김정은으로의 권력이양이 80~90% 정도는 끝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치방식이 과거와 같은 주석이나 국방위원장 중심의 1인 체제가 아닌 집단지도체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당서기들의 집단적 논의구조를 택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회주의국가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높다.

경제 분야도 2010년부터 경제개발 10개년 계획을 추진하는 등 새 틀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고 북중관계도 잘 다져놨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당시까지만 해도 굉장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유머가 넘치고 남북 간 여러 사안에 대해 상당히 세밀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회담테이블에서 남북 현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북한 입장에산 국상인만큼 정부에서도 북측에 정중한 조의를 표할 것을 기대한다. 김 위원장 사망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평화적 관리를 위해 대화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북미대화 시도 예상, 치밀한 대응 필요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포스트 김정일 체제가 불확실한 만큼 북한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김정은 후계구도가 마련된 이후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긴 하다.

그러나 장례식 이후가 문제다. 특히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등 밀려난 군부 세력의 동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김 위원장이 구축해 놓은 김정은 체제로의 3대 세습이 안착할지, 권력투쟁이 일어나 급변사태로 이어질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를 참고할 필요는 있다. 당시 지미 카터 미국 특사와 김 주석 사이에 구축된 대화 틀을 바탕으로 김 위원장이 제네바합의까지 갔다. 현재도 북미대화의 틀을 바탕으로 북한이 북미대화와 6자회담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 후계 그룹이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권력 안정화를 시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위기관리를 준비해야 한다. 북한 내부 동향을 세밀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불안 상황은 당장 남측의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보 태세는 물론 주변국 외교에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중국이 북한 급변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등과 관련해 주변국과 긴밀한 정보교환이 필요하다.

단일지도체제 목표, 金정책 상속할 것

▦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력연구센터장

김정은 체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북한 내 파워엘리트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북한 내 김정은 후계 체제는 비공식적으로는 2007년부터 준비됐는데, 김 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로 20년 준비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향후 권력 안정화를 위해 김정은이 장성택 이영호 등 주요 파워엘리트를 집단 지도체제로 내세우면서 단일지도체제를 안착시키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크다.

주변 정세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이다. 김정은이 대미 관계나 대남 관계 등에서 그동안 김 위원장이 마련해 둔 자산을 그대로 상속할 가능성이 크다. 과도기적 상황인 만큼 일시적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에서 북한 급변사태 등을 상상할 수도 있지만, 김 위원장 장례식이 12일장인 것으로 미뤄 전체적으로 급격한 변화 없이 김 위원장 생전 체제가 그대로 김정은 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사망 이후 이틀 만에 공식 발표가 된 것은 장례 절차 준비 등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본다.

향후 김정은의 리더십도 중요한데, 천안암ㆍ연평도 사건과 결부시켜 보면 성격적으로 대담하다고 할 수 있다. 외국 유학을 한 사실이나 첨단과학 등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아 향후 김 위원장과 다른 리더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정책의 변화도 따를 수 있다.

군 충성 변함없?듯… 김정은 대안 세력없어

▦문정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북한이 그 동안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다. 김정은 체제를 서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이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과 김경희 경공업부장을 포진시키고, 조선노동당도 정치국부터 시작해 당 기능을 재가동시켰다.

군의 충성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직계가족 내에서 내분이 생기지 않고 당과 군이 충성한다면 큰 변화는 생기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김정은 국방위 부위원장 외에 대안세력이 없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정상회담은 어려워졌다고 본다. 북한이 대남 강경책으로 나올 가능성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말하기는 어렵다. 예단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미 비상사태를 확인했다. 이제는 애도의 뜻을 표시해야 한다. 남북관계를 잘 이끌고 가고 싶다면 이희호, 권양숙 여사 등 정상회담 주체의 배우자들을 조문사절단으로 보내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조문사절단을 보내면 제일 좋지만 그것이 될지는 잘 모르겠다.

미국 및 중국과의 공조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생각하면 된다.

향후 6개월이 관건, 3대세습 장담 못해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정은 체제는 향후 6개월이 관건이다. 김 위원장이 당서기나 국방위원장 직을 물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하는 바람에 권력의 공백 상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김정은이 포스트 김정일 체제를 장악하는 데는 대체로 6개월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군부의 개입을 비롯한 권력투쟁만 없다면 3대 세습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이 순조롭지 않다면 김정은 체제의 안착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김정은은 권력을 행사하거나 장악해 본 경험이 없다.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군부 쿠데타 가능성도 제기될 수 있는데 당분간 북한 내 권력이 이합집산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김정은의 판단이 중요하다. 과도기 상태에서 권력을 장악할 때는 상황을 오판하면 안 된다. 자기 편을 챙기는 과정에서 반대파를 만들어 간다면 김정은 체제의 불안 요인만 키울 수 있다. 편 가르기를 하지 말고 북한 내 권력을 흡수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 위원장의 보호 속에서 홀로서기를 한 경험이 없어 제대로 통치해 나갈지 지금으로서는 우려스럽다.

中, 적극 지원 전망, 북한 자극 말아야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이번 상황을 북한 붕괴로 간주하고 위협을 가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우리로서는 북한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든 안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북한의 후계 구도나 정치가 김정일 사망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남북대화를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설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북한 권력구도가 안정되면 남북 구도는 나아질 수 있다.

김정은이 제도적으로는 대를 이어 통솔할 수 있는 자리에 있다. 김정은이 군권을 이어받고 당 총비서 자리를 추대 형식으로 확보하면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와 장성택이 후견 그룹이 돼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비상체제를 구성하면 중국 측에서 신속하게 군사적 안전 보장과 경제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본다.

중국의 역할이 과거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이번 상황을 북한 붕괴로 간주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을 가한다면 중국이 북한에 더 많은 보장을 해줄 가능성이 크다.

김현우 기자 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