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북한의 공식 발표 전까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은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이다.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국회에 출석, 사망 파악 시점에 대해 “북한에서 발표한 이후”라고 밝혔다. 국정원뿐이 아니다. 김관진 국방부장관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시인했듯 정부 외교안보라인 전체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북한의 발표대로라면 사망 후 이틀 이상의 공백이다. 이 정도라면 정부의 안보능력조차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인적 정보망 구축이 대단히 어려운 북한 체제의 특수성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세계 최고의 정보능력을 자랑하는 미국도, 또 북한에 특파원이나 외교공관 등을 상주시키고 있는 다른 여러 국가도 북한의 발표 전까지 김 위원장의 사망을 눈치채고 있었다는 징후는 없다. 아무리 첨단 감시장비를 동원하더라도 체제 내부의 은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기는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북한이 19일 오전 10시 특별방송을 예고한 이후에도 전혀 감조차 못 잡고 있었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 방송이 나오자마자 여러 북한 관련단체나 학자들이 즉각 김 위원장 사망 가능성을 제기한 걸 보면 우리 정부는 정보분석능력도 크게 모자라든지, 아니면 정보인식이 대단히 안이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천안함과 연평도 도발을 허용한 것이 정보를 다루는 이런 안이한 태도 때문이었음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국가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은 최근 들어 서투르기 짝이 없는 정보활동으로 거듭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정치적 풍향과 관계없이 흔들리지 않는 국가안보 중추기관으로서의 자부심과 자세를 갖추지 못한 때문일 것이다.
외교안보를 포함한 모든 국가행위의 기반은 정보력이다.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는 시시각각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중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정확하고도 광범위한 정보 없이는 신속하고도 적절한 판단도, 효과적인 상황 관리도 불가능하다. 국정원을 비롯한 국가정보 관련기관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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