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와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등 찬반 양론과 의혹이 넘친 2011년을 정리하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이 선정됐다. 자기 잘못은 생각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로 소통 부재를 지적한 말이다. 진실을 들여다보기는커녕 자기 입장만 고집해 의혹을 키운다는 뜻이기도 하다.
18일 교수신문에 따르면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각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36.8%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을 꼽았다.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우화집 에 나오는 말이다. 한 백성이 종을 훔치려다 망치로 깨트리는 바람에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자 다른 사람이 올까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에서 비롯됐다. , 등 많은 문헌에도 사용된 성어다.
교수들은 한미 FTA 강행처리, 4대강 사업 일방 추진, 대통령 친인척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등 국민들이 의문을 품는 사안마다 정부는 납득할만한 설명이 없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촉발된 촛불집회로 홍역을 치렀던 2008년 사자성어로 호질기의를 추천했을 때도 불통이 가장 큰 문제였는데 MB 정부 내내 이 고질병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자기 귀만 막는다고 해서 훔쳐가는 종소리는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를 살펴보면 참여정부 5년 동안은 주로 혼란과 갈등을 빗댄 표현들이 선정된 반면 현 정부 들어서는 2008년 첫 해부터 소통 부재와 독단적 정책 추진을 우려하는 사자성어가 주를 이뤘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ㆍ부동산학과 교수는 "독단적으로 처리해 놓고 자화자찬 식으로 정당화하면서 국민의 불만에 전혀 유념하지 않는다"며 현 정부의 불통 행보를 지적했다. 정문현 서원대 교수는 "청와대뿐 아니라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교육계의 목소리는 아랑곳없이 일률적인 평가 잣대를 만들어 대학을 무한경쟁의 시장으로 내몰았다"고 비판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한문학 사회학 공학 분야 등 교수 23명한테서 사자성어 30개를 추천 받은 뒤 교수신문 논설 편집 기획 위원 등 32명이 5개를 추려내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했다.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는 여랑목양(如狼牧羊)은 25.7%의 지지를 얻어 2위를 차지했고, '갈림길이 많아 도리어 갈 바를 모른다'는 뜻의 '다기망양 (多岐亡羊)'이 21.1%로 뒤를 이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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