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화교, 유대인 등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많은 재외동포를 가진 민족이지만 현지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받는 불이익이 너무 많아요. 이런 일을 안 당하도록 민간차원에서 돕는 게 유엔국제사법연대의 목적입니다.”
데이비드 정(45) 유엔국제사법연대 국제단장은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법연대가 7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산하 비정부기구(NGO)로 공식 등록됐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유엔국제사법연대 아시아ㆍ태평양 본부 설립을 위해 최근 방한했다.
유엔국제사법연대의 전신은 2003년 미국 뉴저지주에 설립된 아시안 아메리칸 사법자문위원회. 회원 수만 3,000명의 대규모 조직이다.
14세이던 1980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간 1.5세대 출신 정씨는 뉴저지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뉴저지 대표 한인 밀집지역 팰리세이즈팍에 수 차례 시의원으로 출마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때 미국내 한인 사회의 사회 정치력이 너무 약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는 2003년 11월 사법자문위를 뉴저지 주법원에 등록한 뒤 사법기관과 정치인들을 끌어들이는데 총력전을 펼쳤다. 그렇게 모습을 갖춘 조직은 중국, 태국 등 범아시아계 모임으로 확대됐다. 2005년 뉴욕주, 2007년 필라델피아주 본부 설립 등 다른 지역으로 영향력을 키워 나갔다.
억울한 일을 당했지만 마땅히 하소연 할 곳 없는 한인들과 아시안들이 사법자문위를 찾았다. 오랜 노력이 서서히 결실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12년 전 딸과 기도원에 갔다가 불이 나 자신만 살아남자, 자책의 의미로 ‘내가 죽였다’고 법정에서 말했다가 자백으로 받아들여져 종신형을 사는 한인 아버지가 있어요. 판결 번복 여부를 떠나 문화적 차이로 발생한 이 억울한 일을 요즘 필라델피아 법조계 인사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법자문위는 각 주 검찰청과 경찰청, 연방 세무국, 노동청과 협약 등의 정식교류를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이게 주효한 것일까. 지금은 미국 50개 주 모두에 사법자문위 지부가 들어섰고, 지난해 1월 미 하원으로부터 전국 단체로 인증 받았다. 협약기관도 백악관 경호처와 FBI 등 18개 사법집행기관으로 늘었다. 외연이 확대되면서 공식명칭을 국제사법연대로 변경했다. 미국 외에도 다른 나라에 살고있는 한인과 아시안들에 대한 봉사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16일 서울 신사동에선 유엔국제사법연대 아시아ㆍ태평양본부 설립식이 열렸다. 아태본부는 앞으로 법무부에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 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변호사 등을 포함해 50여명이 참여하게 돼 있다.
“단순한 봉사서비스도 좋지만 한인 2, 3세가 미국 주요 사법기관 고위 공직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미 법원 검찰 등 사법기관에 얼마나 많은 한인이 근무하느냐가 재외 한국인들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느니까요.”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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