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BMS제약 임직원들은 연말이 다가오면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하지만 인사고과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고과평가보다도 더 진땀 나게 하는 건 다름아닌 달력(사진) 그림 응모 대회입니다.
이 대회가 화제가 된 건 자녀간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11월이 되면 만 4~12세 직원 자녀들의 그림을 응모 받습니다. 이 중 선정된 12점은 이 회사가 찍어내는 다음해 달력에 실리게 됩니다. 2001년에 처음 시작한 행사인데 갈수록 참여 열기가 뜨겁다고 합니다. 올해는 전 직원 200여명 중 86명이 참여했다니 자녀가 있는 직원들은 거의 다 응모한 셈입니다.
이렇게 열기가 뜨겁다 보니 선정작을 고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라는군요. "작년에 탈락해서 아이가 실망을 많이 했다""여름부터 미술 학원을 보냈다"등의 은근한 압박을 하는 직원도 있다고 합니다. 경쟁이 워낙 뜨거워지니까 회사측에선 올해부터 응모한 모든 직원자녀들의 이름을 달력에 넣기로 했다고 합니다. 이 회사 배명수 전무는 "직원 자녀들은 엄마아빠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커지고, 달력을 받는 고객들도 뜻 깊은 의미를 새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연말이면 기업들은 새해 달력을 제작해 배포합니다. 하지만 이젠 그냥 밋밋한 달력이 아니라, 의미와 메시지를 담는 게 추세입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부터 사내 사진공모전을 통해 달력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임직원들이 직접 찍은 사진 12장을 엄선해 달력을 만들었는데, 특히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끼고 얼굴에는 검댕이를 묻힌 채 연탄을 들고 뛰어가는 한 아이의 사진이 대표사진으로 꼽혔습니다. 최근 회사가 중시하고 있는 사회봉사에 대한 이미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죠.
LG엠트론 심재설 대표는 달력을 통해 임직원과 고객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서려 합니다. 본인이 직접 찍은 자연풍경을 달력에 담은 것입니다. 전문가 수준의 사진 촬영기술을 자랑하는 심 대표는 높은 산꼭대기에서 찍은 일출, 끝없는 모래벌판이 펼쳐진 사막 등 국내외의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달력에 실었다고 합니다.
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부회장 역시 직접 찍은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눠주는 걸로 유명하죠.
말 그대로 '달력의 진화'입니다. 달력이 경영과 소통의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이죠. 밋밋한 달력이여, 이제 안녕!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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