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일대를 강타한 폭우로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실종되는 참사가 발생했다.
AP통신은 “열대성 태풍 ‘와시’가 16일 밤부터 12시간 동안 민다나오섬 북서부에 집중적으로 비를 쏟아 부으면서 해안도시 대부분이 침수됐다”고 18일 보도했다.
필리핀 적십자사에 따르면 사망자는 최소 521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카가얀 데오르와 일리간, 라나오 델 수르 등 3개 지역의 피해가 컸다. 카가얀 데오르에서 239명, 일리간에서 195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사망자 중에는 카가얀 데오르에 거주하는 교민 김모(16)양이 포함됐다고 외교통상부는 밝혔다. 또 홍수 피해로 50여개 마을이 침수됐다. 산사태로 인한 사망자도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필리핀 당국은 군 병력 2만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을 하고 있으나 물줄기에 휩쓸려 바다로 떠내려 간 주민이 많아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레오폴도 갤론 필리핀 군대변인은 “2009년 수도 마닐라를 강타해 400여명의 희생자를 낸 태풍 켓사나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이번 폭우는 주민이 잠든 야간에 발생한데다 만조까지 겹치면서 수위가 순식간에 상승해 피해를 키웠다. 카가얀 데오르의 한 주민은 “3.3m에 달하는 거대한 물기둥이 한 시간도 안돼 마을을 집어삼켰다”고 증언했다.
이 지역이 상대적으로 수해의 안전지대였다는 점도 주민들이 충분한 대비를 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필리핀에서는 연간 20여개의 태풍이 통과하지만 피해는 주로 민다나오 위쪽에 위치한 루손섬에 집중됐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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