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손기정 선수의 공식 이름과 국적을 되찾아야 한다."
IOC가 15일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마라토너 고 손기정 선수의 프로필 상세 설명란에 '대한민국 국적'을 추가했지만 40여년간 손 선수 국적 정정에 힘써 온 박영록(89) 전 의원은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IOC가 "올림픽 당시 등록된 사항을 바꾸는 것은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기테이 손, 일본'이라는 공식 이름과 국적 변경은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 전 의원은 16일 "IOC는 세계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을 공유하는 기구인데 강대국이 약소국을 무력으로 짓밟은 역사를 인정하면서도 정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비판했다.
박 전 의원과 손 선수의 인연은 41년 전으로 거슬러간다. 그는 1970년 독일 베를린 올림픽스타디움에 있는 금메달리스트 기념탑의 손기정 선수의 국적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꾼 인물이다. 당시 미국 정부 초청으로 서유럽을 방문 중이었던 박 전 의원은 광복절인 8월 15일 새벽 기념탑 손 선수 이름 뒤에 'JAPAN'이라고 표기된 부분을 정과 끌 등으로 파내고 그 자리를 회반죽으로 채운 후 다시 'KOREA'라고 새겼다.
그는 이 일을 외신 기자들에게 알렸고, 귀국 후 일본과 한국의 IOC위원들을 만나 "역사를 바로잡자"고 설득하는 등 IOC의 공식 정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박 전 의원은 "귀국하는 날 소식을 듣고 공항으로 마중 나온 손 선수로부터 '나를 한국인으로 재탄생시켰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박 전 의원은 "당시 나와 뜻이 같았던 한국 IOC위원 장기영 부총리(한국일보 창간 발행인)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밝혔다. "장 부총리가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IOC 총회에서 정식으로 정정 제안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외교적 갈등을 우려한 대통령에게서 부정적인 답변을 들었다"는 것.
박 전 의원은 "손 선수 국적 정정 노력은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공식 이름과 국적 변경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 IOC위원들을 접촉하고 IOC 총회에 민간 사절단을 보내는 등의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의원은 1960년 강원도지사를 지냈고, 6대 7대 9대 1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평민당 부총재,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냈고 현재는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 총재를 맡고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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