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가톨릭 시설에서 1945년 이후 65년간 아동 수만명이 성 학대를 당했다는 보고서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네덜란드 가톨릭 성학대 조사위원회는 16일(현지시간) 1945년부터 2010년까지 가톨릭 시설 수만명의 아동들이 성직자나 교회관계자들의 성 학대에 노출됐다는 내용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이어 “1,795건의 보고를 바탕으로 800명 이상의 성직자와 교회 관계자들이 아동을 대상으로 성 학대를 저지른 것을 확인했다”며 “이 가운데 105명은 아직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가톨릭 교회가 이를 알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 조사위 위원장을 맡은 기독교민주당 소속 전직 교육부장관 빔 데이트만은 기자회견을 열고 “1960년대까지 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했고, 가톨릭 교회 행정구조도 밀폐되어 있어 성직자들이 문제를 은폐하는 데만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이 기간 동안 네덜란드 어린이 10명 중 한 명 꼴로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성 학대를 당한 것으로 추산했다. 당시 가톨릭이 운영하는 학교, 고아원, 보육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의 비율이 20%나 돼 최소 1만~2만명이 학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토대로 보고서는 “아동의 성학대가 네덜란드 사회에 만연해있다”고 강조했다.
조사위는 “성 학대, 폭력, 정신적 테러가 일어나고 있고 이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비슷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가톨릭은 물론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네덜란드는 2008년 현재 1,600만명의 인구 가운데 29%가 가톨릭 신자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 학대 파문이 일자 네덜란드 가톨릭 교회가 중립적 위원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다루면서 시작됐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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