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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과학꿈나무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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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과학꿈나무들을 위하여

입력
2011.12.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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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라고 하면 어쩌면 우리는 정신, 영혼, 명상, 하늘나라, 마음 등과 같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일컬을 때나 써야 하는 걸로 잘못 아는지도 모른다. '물질만큼 신비한 건 없다'라는 말을 기억한다. 눈에 보이고 손에 쥐어지고 가격이 매겨져 있는 일용하는 실질의 것들이야말로 정작 '신비'라는 것. 그렇지, 그렇다마다 끄덕끄덕 수긍했다. 꾸역꾸역 밑도끝도없는 시 쓰기 놀음이 한편 싫어지고 열등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맨날 먹는 물컵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는, 맨날 쓰는 볼펜 뚜껑 하나도 도대체 만들어낼 수 없다는 사실은 순간 부끄러움을 일으켰다. 그 부끄러움 속으로 이런 소리들을 쏟았다. 사람들이여, 교양으로라도 시를 읽지 말고 시를 쓰지 마세요, 그 시간에 기술을 배우세요, 물질을 익히세요, 과학이나 수학 같은 이과 공부를 해서 연구의 길로 가세요, 책상도 만들고 숟가락도 만들고, 잘 드는 칼, 논밭 가는 트렉터, 항공우주복, 장생불사 신약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어요.

검은 콜타르 포장이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강물 위에 새로 놓인 다리를 달릴 때였다. 교각 하나하나를 붙들고 있는 공만한 나사들이 크게 눈에 들어왔다. 강물 속에 기술공학적으로 세운 견고한 교각들도 경이로웠지만, 교각이 받치고 있는 이 신도로가 저 나사 하나하나에 의지해 있을 거란 생각에 나사들이 더 경이로워 보였다. 근사하고 미끈한 강물 위의 다리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그런 기술을 연구, 창조하는 과학자들이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지난 주 재료연구소라는 기관에서 전국 초 중 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한 과학글짓기 작품들을 살펴볼 좋은 기회가 있었다. 재료연구소라는 연구기관이 있음도 처음 알았다. 그쪽은 깜깜 문외한이니 뭘 하는 곳인지 감도 못 잡았다. '소재(素材)'라는 것을 주제로 한 글짓기였다. 과학기술에서는 이 소재의 변천이 산업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기에 '산업의 쌀'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말이 재미있었다. 미래의 과학꿈나무들에 대한 친근한 접근이며 멀리 창의적 과학인재 육성을 도모하려는 취지이겠다. 청소년뿐만이 아닌 일반인에게도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독려해 과학문화 확산을 꾀하려는 뜻도 있겠다. 과학기술의 발달 중에서도 소재과학이 미래사회의 신문명을 여는 원천이라는 것이다. 미래산업을 이끌 신소재 연구로 소재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일이 소재강국이 되어 국가부강도 부르게 된다고 이해했다.

금속, 세라믹, 알루미늄, 플라스틱, 파인플라스틱, 타이타늄, 실리콘, 전자, 나노구조바이오 등 소재 이름을 낯선 시어처럼 읽었다. 최근 국내 연구팀이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그래핀'이라는 생소한 신물질 신소재는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 나온 가장 얇은 물질로 모든 분야의 기능이 극대화되어 실리콘에 이어 미래사회 변화를 주도할 신(神)소재라는 것이다. 손목에 착착 접어 시계처럼 찰 수 있는 컴퓨터, 둘둘 말아 들고 다니는 전자책, 접어서 보관할 수 있는 스크린 등 공상과학 영화 속 같은 장면이 우리 생활 속에 곧 출연하게 되는 것이다.

연예오락과 대중가요로 몰려만 가는 풍토 속에 한쪽의 청소년들이 과학기술의 기초 '소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런 글쓰기에 참여했다는 것이 고마워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다. 한국과학창의재단에 계시는 조숙경 박사의 최근 인터뷰 말을 인용하고 싶다. "개인이나 사회, 국가 모두 궁금해 하는 게 미래입니다. 미래전망을 세우는 데 제일 중요한 게 과학기술입니다." 변화가 빠른 사회를 맞아 과학자와 과학꿈나무들에게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대응할 꿈의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이진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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