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시리아 감싸기에서 벗어나 유혈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발의해 서방 국가들을 놀라게 했다. 러시아는 그러나 정부와 반정부 세력을 동일한 폭력 세력으로 규정했을 뿐 아니라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제재하는 서방의 움직임에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발의해 "시리아의 정부와 반정부 세력은 모든 형태의 폭력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10월 초 유엔 안보리가 시리아 정부의 유혈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중국과 함께 거부권을 행사해 부결시킨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러시아는 결의안에서 시리아 정부를 향해 "평화롭게 시위하는 국민에 대한 억압을 즉시 중단하라"고 요구하며 "숨지거나 부상한 민간인과 보안군을 신속히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아사드 정권을 제재하는 것에는 반대했다.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유엔대사는 시리아 제재에 대해 언급을 거부했을 뿐 아니라 아랍연맹의 대 시리아 경제 제재가 "비생산적"이라며 비난하기까지 했다.
러시아의 태도 변화에 서방은 아쉽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러시아가 시리아 사태를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처음 인정했다"며 "러시아와 공조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번 결정은 내년 대선을 앞둔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국제사회의 압박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언론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는 재정난에 빠진 유로존에 200억달러 지원을 검토하는 등 연일 친서방 정책을 펴고 있다.
한편 9개월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에서는 아사드 정권의 실각을 목표로 하는 국가동맹이 설립됐다. 전 스웨덴 주재 시리아 대사 모하메드 베삼 이마디는 이스탄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국가동맹의 수장이라고 소개하며 "혁명 세력끼리 힘을 합쳐 시리아 정부를 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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