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대표에 특정 헤드헌팅 업체가 추천한 인사가 임명된 것과 관련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SH공사와 서울메트로의 사장도 같은 업체가 추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헤드헌팅 업체 대표는 오세훈 전 시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감사가 시 산하기관장 인사 청탁 문제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1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관은 지난달 말부터 SBA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이면서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한 의혹을 포착, 조사 중이다. SBA는 지난 1월 대표이사를 공개 모집하면서 헤드헌팅 업체인 A사의 추천을 받았는데, 5명의 지원자 중 A사가 추천한 인사가 심사를 거쳐 임명됐다. SBA는 계약대로 대표이사 연봉의 20%인 2,500여만원을 A사에 수수료로 지급했다.
A사 대표 B씨는 오 전 시장 재임시절 시 직원들을 대상으로'창의서울 아침특강'을 한 적이 있고, 시가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B씨는 오 전 시장 등과 함께 한 교양서의 저자로 이름을 올린 적도 있다.
서울시 감사 관계자는 "헤드헌팅 업체가 개입해 일반적인 선임 과정과는 다른 부분이 있어 감사를 하고 있다. 산하기관뿐 아니라 본청 공무원 관련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며 "이 달 중 감사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사는 SBA뿐 아니라 SH공사, 서울메트로 사장 임명 과정에도 관여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A사는 2009년 SH공사 사장 공모와 2010년 서울메트로 사장 공모에도 후보를 추천했는데 모두 임원추천위원회를 거쳐 사장으로 임명됐다.
시 산하기관들은 A사의 추천을 받은 것은 시가 주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SBA 관계자는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측으로부터 A사의 추천을 받으라는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SH공사와 서울메트로 관계자도 사장 공모에 헤드헌팅사의 추천을 받은 것은 시의 의도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 경제진흥본부 관계자는 "두 차례 SBA 대표 공모를 진행했지만 적임자가 없어 전문기관 추천을 받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A사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지시를 받았다"고만 말했다. SH공사 사장 선임과정과 관련해 시 주택본부 관계자는 "오래된 일이라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사장 선임에 대해 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헤드헌팅 업체에 추천을 하라고 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시 인사과 관계자는 "인사과는 마지막 임명 과정만 처리하고 공모 절차는 시의 해당 부서와 산하기관이 진행한다"고 말했다.
A사 관계자는 "먼저 의뢰가 들어와 일을 맡았고, 적임자를 추천했으니 임명된 것 아니겠느냐"며 "서울시 외에 다른 공기업 기관장이나 임원을 추천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A사 대표와 오 전 시장의 친분 관계에 대해서는 "헤드헌팅 업체는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 전 시장뿐 아니라 많은 인사들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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