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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해외 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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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병역거부자 첫 해외 망명

입력
2011.12.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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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등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남성이 캐나다로 망명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종교 사상을 이유로 이른바 '양심적 병역 거부'를 선언하고 감옥에서 수형생활을 한 경우는 많았지만 병역 거부를 위한 망명은 처음이다. 캐나다와의 외교문제 비화나 병역 거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2009년 7월 캐나다 이민ㆍ난민 심사위원회(IRB)가 평화주의 신념과 동성애 지향을 이유로 국내에서 병역을 거부했던 김경환(30)씨의 망명 신청을 받아 들여 난민 지위를 부여했다고 15일 밝혔다.

IRB는 김씨의 난민 심사 결정문에서 "한국 군대에서 동성애는 정신적 질병이자 공식적 혐오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신청인이 고국으로 돌아가면 군 복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대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IRB는 또 "동성애자가 성적 지향 때문에 전역한다면 학업을 지속하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얻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국내의 한 동성애자가 군대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 사례도 언급했다. 국내 명문 사립대에 다니던 김씨는 군 입대를 앞둔 2006년 6월 캐나다에 입국한 뒤 난민 지위 인정 신청서를 냈다.

캐나다에 있는 김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한 군인이 상관에게 동성애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가 소문이 퍼져 정신병자로 취급 받고 에이즈 검사까지 받았다는 기사를 접한 뒤 내가 생각하는 애국심이나 세계 평화는 군대에서 지킬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캐나다는 동성애자라도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어 동성애자나 병역 거부자가 문제되지 않는 나라라고 생각해 망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처음엔 난민 신청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할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지금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처우가 바뀌지 않는 이상 한국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캐나다에서 바텐더로 일하며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병역 거부자는 2009년 728명, 2010년 721명 등 매년 700명 안팎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호와의 증인 신도를 제외하고 '신념 등 기타 사유'로 병역을 거부하다 처벌 받는 사람은 최근 2009년 5명, 지난해 6명 정도였다.

하지만 병역 거부자에 대한 정부의 처벌 방침은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병역법은 종교적 신념이나 개인적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나 대체복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한때 논의 됐던 대체복무제도 2008년 12월 국방부의 무기한 발표 연기로 논의가 중단됐다. 또 군형법 92조는 동성 행위를 성(性)군기 위반자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동성애자는 군대에 와야 하지만 군에서의 동성애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헌법재판소도 2004년과 지난 8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는 병역법, 지난 3월 동성애 처벌 조항이 있는 군형법에 대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양심적 병역 거부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확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헌재나 대법원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데 동성애자나 병역 거부자는 헌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는 발상을 하고 있다"며"한국 정부의 인권 수준의 밑천이 다 드러났다"고 말했다.

병역법상 김씨는 37세 이전에 국내에 들어오면 출국 금지 상태가 되고 입영통지서가 재발부된다. 또 국외여행의무 위반으로 고발된다. 하지만 38세 이후 입국하면 병역과 관련해 처벌받지 않는다. 국방부 관계자는 "성주체성 장애나 성적 선호 장애에 해당하면 군 면제가 가능해 동성애로 병역의무도 면제 받을 수 있지만 정신과나 약물 치료 경력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사실상 면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반정부 활동이 아닌 개인 신념 때문에 망명한 것이기 때문에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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