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나라당이 당 분열 직전까지 갔던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불통(不通) 스타일'논란이었다. 당내 위기가 최고조로 치달았던 13일 쇄신파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커튼 뒤에서 당내 상황을 측근 의원을 통해 보고받는 모양새를 취했고, 수 차례 면담 요청을 했지만 거부했다"면서 "이런 박 전 대표가 이끌게 될 한나라당엔 희망이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공공연히 입에 올렸다.
현정권 출범 후 박 전 대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꼭 필요할 때만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친박계 의원들조차 박 전 대표의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그간 당내 의원총회나 연찬회에 대부분 불참했고, 당 안팎의 인사들을 만날 때도 '007 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보안에 과하게 신경을 썼다. 당내 의원들은 박 전 대표를 만난 뒤 대화 내용은 물론 만난 사실이 알려질까 봐 전전긍긍하곤 했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 측근들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부담을 드리지 않기 위해 발언과 행보를 최소화한 것이 그렇게 비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은 결과적으로 박 전 대표에게 '불통' 이미지를 씌운 독(毒)이 됐다. 여권 관계자는 "몇몇 측근들이 '미래의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박 전 대표 주변에서 소통을 방해한 측면도 있다"며"하지만 박 전 대표 자신이 소통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불통'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이번 쇄신 논란 와중에 발생한 '쪽지 사건'이다. 친박계 허태열 유승민 최경환 의원과 쇄신파 남경필 김성식 의원은 지난 주 황우여 원내대표와 함께 만나 박 전 대표의 등판 문제를 논의했다. 허 의원 등은 준비해 온 메모를 보면서 '총선 때까지 전권 행사' 등 박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기 위한 세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실제 의중인지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부 쇄신파 의원들은 이를 '박 전 대표가 전해준 쪽지'라고 단정하고 "지침을 내린 것이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이 계속되자 쇄신파는 '결국 박 전 대표가 재창당을 할 생각이 없다는 메시지'라고 결론 내렸다. 이는 정태근, 김성식 의원의 탈당으로 이어졌다.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극소수의 측근들이 박 전 대표의 뜻을 대신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는 일이 되풀이된 것"이라며 "이번에 당의 전면에 나선 뒤엔'커튼 뒤 소통 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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