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월 열리는 미국 프로미식축구(NFL) 결승전인 슈퍼볼의 TV 광고료는 1초에 1억 원이 넘습니다. 엄청난 돈이지만 그래도 기업들은 광고시간을 따내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지요. 시청자만 1억 명이 넘는 미국 내 최대 스포츠 이벤트이고 그 만큼 광고 효과도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내년에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리는 슈퍼볼의 TV광고권을 쥔 NBC유니버셜에 따르면, 황금 시간대 TV광고는 이미 지난 달 90% 이상이 팔려나갔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번 슈퍼볼 광고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경합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는 사실입니다. 내년 미국 자동차 시장이 강한 회복세를 보이며 판매 대수도 1,400만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밝은 전망이 나오다 보니, 광고전도 격렬해진 것이지요. 블룸버그 통신도 14일(현지시간) "슈퍼볼 광고가 미국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현재 현대차를 비롯해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아우디, 크라이슬러 등 유수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수 백억원의 실탄과 최고 제작자를 내세워 광고를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차를 내세울 지 눈치 작전도 뜨겁다고 합니다. GM측은 "100개 넘는 아이디어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연막을 피우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슈퍼볼 광고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차 역시 지난해보다 광고 시간을 2배 가까이 늘릴 예정입니다. 그 비용만 최대 2,100만 달러(약 235억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인데요.
관심은 광고 컨셉입니다. 이에 대해 크래프칙 현대차 미국 법인 사장은 "재미를 강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해, 기존과는 뭔가 다른 작품이 나올 것임을 강하게 시사했습니다.
사실 작년엔 폴크스바겐 광고가 단연 압권이었습니다. 한 꼬마가 검은 망토를 입고 '스타워즈'의 악역 다스 베이더를 흉내 내는 내용이었는데, '재미와 감동을 모두 준 최고의 광고'라는 찬사를 받았지요.
'슈퍼볼 광고에서 승리하는 기업이 실제 판매전에서도 승리한다'는 속설이 있다고 합니다. 이번 슈퍼볼 광고전의 승자는 누가될지, 사상 최대의 격전이 예상되는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또 누가 승자가 될지, 현대차는 내년에도 쾌속질주를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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