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작년에 이어) 고전 번역의 흐름이 도도했고, 거기에 신간 교양서의 번역도 만만찮다. 번역계의 숲이 실로 울창하고 풍요롭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번역 부문에서 심사의 주안점은 (늘 그리고 의당 그렇겠지만) 어떤 책을 번역했는가와 어떻게 번역했는가이다. 이런 태도에는 좋은 책과 좋은 번역이 만나는 행운이 좀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스며 있다. 이 상의 취지도 거기에 닿아 있을 터. 하여 이번에 심사위원들이 특히 주목한 책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사기> <축의 시대> <코끼리의 후퇴> 등이다. 고전은 고전대로, 신간은 신간대로, 저자와 책과 역자가 삼위일체를 이룬 뚜렷한 성과들이고, 저마다 뽐내는 얼굴이 유별했으므로, 심사도 열띤 토론을 거치게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닥은 오히려 쉽게 잡혔다. 책(원서와 번역서)의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는 논의는 그 우열 가림이 무슨 소용인가 하는 쪽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코끼리의> 축의> 사기> 펠로폰네소스>
천병희 교수를 올해의 수상자로 선정한 데에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의 번역에 대한 평가가 물론 중요했지만, 거기에 더해 그리스 로마 원전 번역의 길을 오랫동안 뚜벅뚜벅 걸어온, 그 소중하고 거의 독보적인 노고에 대해서도 새삼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합의가 보태졌음을 밝힌다. 펠로폰네소스>
김석희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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