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말년이 역대 다른 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게 전개되는 것을 보고 그를 찍었던 사람이 탄식하듯 한 말이다. 임기 말의 레임덕이 일찍 나타나기 시작한 데다 친인척ㆍ측근비리가 잇따르는 모습은 다른 정권 때보다 못하지 않아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 "내 임기 중엔 측근비리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결국 빈 말이 되어가고 있다.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해 왔기에
그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이 로비 청탁과 함께 수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은 국회의원 공천 대가로 30억 원을 받아 가로챈 김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에 이어 두 번째다.
친인척이나 측근 비리로 구속됐거나 형이 선고된 경우는 이 두 처사촌 남녀를 포함해 15명이나 된다. 한번 나열해 보자. 강경호(전 서울메트로 사장) 추부길(전 정무수석실 비서관) 천신일(세중나모 회장) 배건기(전 민정수석실 감찰팀장) 최영(전 강원랜드 사장) 장수만(전 방위사업청장) 은진수(전 감사원 감사위원) 김해수(전 인수위 위원ㆍ전 정무비서관) 김두우(전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전 문화체육부 차관) 강희락(전 경찰청장) 윤만석(이명박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 박배수(이상득 의원 보좌관).
거의가 이 대통령으로부터 일 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은 측근들이다. 이런 터에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까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 정부 출범 후 '형님'과 관련된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던 만큼 어떤 사건이 불거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자 정권 실세 중 한 사람인 박영준 전 지경부차관도 일본 도쿄 체류 중 SLS측의 접대를 받은 의혹 때문에 수사를 받고 있다. 4대강 사업에서도 크고 작은 친인척 비리가 잇따라 적발됐다.
이로써 알 수 있는 것은 대통령 친인척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며 이 대통령의 신임을 측근들이 얼마나 악용하며 방자하게 행동했는가 하는 점이다. 하지만 궁극적 책임은 결국 대통령으로 돌아간다. 그런 사람들을 기용한 것이 근본적으로 잘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는 (누가 뭐라 하건) 일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에서 도덕성보다 업무능력을 중시하는 인선의 잣대가 그른 태도를 조장한 셈이 됐다. 부패가 더 심해졌다거나 인권이 더 취약해졌다는 평가는 아무 근거 없이 내려진 것이 아니다.
최근의 고위직 인사로 대통령 주변을 떠나게 된 사람이 이메일 인사장을 통해 "voiceless(소리 없이), faceless(나서지 않고), 무한책임의 자세로 직무를 수행해 왔다"고 복무기간을 회고했다. 국정의 중심에서 미래-세계-창조라는 일관된 정책기조를 실현하느라 노력했으며, 세 가지 기조의 바탕은 공정과 공생의 가치와 신념이라는 설명이었다. 정책기조와 그 바탕이 무엇이든 대통령의 측근으로 일하는 사람이 나대지 않고 자기 소리를 내지 않고 무한책임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반대인 사람들이 많아서 문제인 것이다.
마무리·설거지 잘해야 할 시점
이 대통령은 정치인이었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원래 자기 사람이 적은 편이다. 고려대 현대건설 국회의원 서울시장, 이렇게 경력을 쌓는 동안 알게 된 사람들이 자연스레 측근이 됐지만, 충성도 면에서는 정치인 대통령의 경우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고소영'내각으로 폄훼된 첫 조각에서 실패하고도 크게 나아진 게 없었던 것은 인재 활용의 폭이 좁기 때문이기도 하다.
끊임없이 소통 문제에 봉착해야 했던 이 대통령은 지금도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시간도 별로 없다.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고, 그 끝은 어느 경우든 시작부터 시작된다. 더 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주변을 다지면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보다 마무리와 설거지를 잘해야 할 시점이다.
임철순 주필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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