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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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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저술(교양) 부문 'LHC, 현대 물리학의 최전선' 이강영

입력
2011.12.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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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영(45) 건국대 물리학부 교수는 수상 소식을 접하고 의외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수상작 은 그의 처녀작일뿐더러 과학 책이 출판상을 받는 건 드문 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과학 책은 그간 본선에 몇 번 오르긴 했지만 최종 수상작 선정에서 번번이 밀렸다. 특히 이번엔 수만 권이 팔린 쟁쟁한 베스트셀러를 제치고 수상한 터라 그 의미가 더 각별하다.

"이번에 꼬리를 잡힌 힉스(Higgs) 입자가 도움을 준 게 아닌가 싶어요. 과학, 그 중에서도 먼 나라 얘기로만 생각하는 물리학 책이 이런 상도 타고." 지난 13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힉스의 흔적을 포착했다고 발표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책은 강입자충돌기(LHC)를 중심으로 입자물리학의 역사와 내용을 쉽게 소개한다. 세계 물리학계의 최대 관심사인 힉스 찾기 실험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아시아 태평양 이론물리센터(APCPT)가 선정한 올해의 과학도서 10권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름도 생소한 LHC는 CERN이 스위스 제네바 근교 지하 100m 속에 설치한 길이 27㎞의 원형 가속기. 인류가 만든 제일 큰 실험 장치다. 여기에선 빛의 속도로 가속한 양성자를 정면 충돌시켜 우주 대폭발(빅뱅) 직후 1,000만분의 1초 상황을 재현하는 실험을 2008년부터 계속 해왔다. 빅뱅과 함께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힉스를 찾기 위해서다. 힉스는 우주가 17개 입자로 이뤄졌다고 설명하는 표준모형에서 유일하게 발견하지 못한 입자다. 나머지 16개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다고 해 '신(神)의 입자'라고 불린다.

이 교수는 "책을 쓰면서 물리학에 대해 갖는 왠지 모를 거리감을 줄이려고 많이 노력했다"고 했다. 가장 신경 쓴 것은 과학자의 언어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일. 거기에 재미난 소재로 양념을 쳤다. CERN의 여비서들이 모여 만든 LHC 밴드 이야기가 딱 그렇다. 밴드의 정식 명칭은 레 오라블 세르네테(Les Horribles Cernettes). 불어로 '무서운 CERN의 소녀들'이란 뜻이다. "당신에게 사랑의 표시로 금반지를 주었더니 당신은 그걸 회로 기판에 끼워 버렸지"라는 노랫말의 '충돌기'가 이들의 최고 히트곡. "1993년 연구를 위해 CERN에 갔을 때 이 밴드를 알게 됐어요. 흥미를 돋우면서 물리학을 쉽게 설명할 수 있겠다 싶었죠."

2008년 LHC에서 생긴 블랙홀이 지구를 삼킬 수 있다는 황당한 루머에 인도 소녀가 자살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는 이를 계기로 과학자에게는 연구뿐 아니라 대중과 소통하며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는 사회적 책임도 있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했다.

그는 "과학 책을 쓰는 과학자도, 과학책을 읽는 독자도 적은 한국은 여전히 과학출판의 불모지"라며 아쉬워했다. 과학자는 연구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탓에 연구실에서 나오기 힘들다. 또 일반인들은 과학을 나와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

이 교수는 내달 두 번째 저서로 물리학에서 다루는 입자들에 관한 책을 출간한다. "외국에선 과학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부러워요. 과학이 어렵다는 인식을 바꾸려면 결국 과학자가 나서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다양한 과학대중화 활동을 성과로 인정해주는 제도가 꼭 필요합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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