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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백상특별상,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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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 백상특별상, 이구용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

입력
2011.12.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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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처럼 출판 에이전트가 언론에서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에이전트가 저작권 수출입을 중계하는 출판계 한 축임에도, 그간 해외 저작권의 국내 선인세 경쟁만 부추기는 수입상이란 부정적 시선도 없지 않았다. 수출보다 수입에 의존하는 출판계의 구조적 문제 탓인데도 부정적 짐은 에이전트가 지는 상황이었다.

에이전트에 대한 이런 인식을 뒤집은 이가 이구용(46) 케이엘매니지먼트 대표다. 해외 저작권 수입에만 매달리는 출판계 상황에서, 한국 문학을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던 그의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가 올해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 이정표를 세우는 데 그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2008년 11월 <엄마를 부탁해> 를 읽는 순간'이 책이다'는 싶었다는 그는 곧바로 작가를 만나 해외 판권 관리를 맡았고 3년 가까이 해외 에이전트와 출판사를 상대로 동분서주했다. 그 노력에 답하듯이 <엄마를 부탁해> 는 올해 4월 미국 저명 문학출판사인 크노프사에서 초판 10만부가 출간된 것을 비롯해 31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백상특별상 올해 수상자로 출판 에이전트인 이 대표가 선정된 것은 한국 출판문화의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는 "에이전트의 역할이나 가치에 대한 인식 전환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에이전트도 한국 출판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5년 출판에이전트사인 임프리마코리아에 입사해 에이전트 외길을 걸었던 그는 으레 그렇듯 저작권 수입을 주로 해왔지만, 한국문학을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희망을 늘 가슴 속에 품어왔다고 했다. "90년대에는 한국 출판물의 인지도가 너무 낮아 역부족이었어요. 벽이 너무 높아서 손을 놓고 있다가 2000년대 들어 한류가 형성되면서 다시 시도하게 됐죠."

그가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에 착수한 것은 2005년부터. 소설가 김영하씨가 첫 동반자였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의 영문 판권을 미국 문학전문출판사 하코트에 판매해 2007년 미국 에서 정식 출간된 것이 첫 결실이었다. "김영하씨의 소설이 미국 출판사에 팔렸을 때 느꼈던 감동과 전율은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오랜 에이전트 생활 동안 그토록 고대하고 염원했던 순간이었으니까요."

한국에서 거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본격 문학의 해외 수출을 개척한 그는 <엄마를 부탁해> 를 통해 탄탄한 토양을 다지게 됐다. 올해 초 독립해 케이엘매니지먼트를 차린 그가 현재 해외 판권을 관리하는 작가는 김영하 신경숙씨 외에도 공지영 한강 편혜영 조경란 김연수 이정명 김진명 김애란씨 등 15명 안팎.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이 올해 10월 영국출판사 쇼트북스에 팔린 것을 비롯해 중국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 11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는 일본, 베트남에서 번역본이 이미 출간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고 김애란씨의 <두근두근 내 인생> 은 프랑스 일본 중국 등으로 판권이 수출된 상태다.

한국문학의 해외 시장 진출에서 역시 중요한 곳은 영미권이다. 이 대표는 "수십년간 일을 해온 유럽이나 일본 에이전트들도 다들 미국 시장 진출은 어렵다고 얘기를 할 정도로 여전히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하지만 좀더 좋은 결실 내기 위한 노하우를 축적했고 <엄마를 부탁해> 를 통해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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