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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출신이 원생들 멘토로 '바람개비 서포터즈'/ "현실의 벽 넘어 꿈을 펼쳐봐" 아름다운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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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출신이 원생들 멘토로 '바람개비 서포터즈'/ "현실의 벽 넘어 꿈을 펼쳐봐" 아름다운 동행

입력
2011.12.1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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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포항공대)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서홍석(23)씨의 꿈은 5년 전만해도 '보육원'에 갇혀 있었다. 그는 6살에 경기도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맡겨진 '가정외 보호아동'이었다. "집(보육원)을 나가는 형들이 그렇듯이" 그는 특성화고를 다니며 공장 취업을 생각했다.

동아대 3학년인 권지공(23)씨도 6살 무렵부터 경북의 한 보육원에서 자랐다. 일반고를 다녔지만 "우리 집(보육원)에서 대학 간 사람이 별로 없어" 진학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가정외 보호아동들은 법에 따라 만 18살이 되면 시설에서 나가 독립해야 한다. 대학에 진학하면 시설에서 지내는 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등록금 부담에 그런 경우는 드물다. 지난 해 3월 중앙아동자립지원센터의 통계를 보면, 4년제 대학에 진학한 경우는 16.5%에 불과하다.

서씨와 권씨는 이런 현실의 '공식'을 뛰어넘은 경우다. 고3 때 공장 실습을 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공부를 시작한 서씨는 수시전형으로 창원대에 입학해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뒤 포스텍에 진학했다. 권씨는 선린대를 거쳐 동아대 관광경영학과로 편입했다. 등록금과 생활비는 학교와 기업의 장학금, 각종 아르바이트, 건설현장의 막노동 등으로 충당했다. 서씨는 포스텍에 진학한 후론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지원받아 공부에만 전념하고 있다.

두 사람의 꿈에 날개를 달아준 계기는 2008년 LG CNS와 중앙아동자립지원센터가 50명의 가정외 보호아동을 뽑아 미국 IT 기업 탐방을 지원한 'IT 드림프로젝트'였다. "굉장히 충격을 받았어요. 앞으로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구상을 하게 된 계기였죠. 당장 영어공부부터 시작했어요(웃음)."(권씨) "하려고만 하면 길은 있게 마련입니다. 연수나 장학제도도 많고, 또 기초생활수급권 같은 사회보장제도도 있고요."(서씨)

사실 두 사람은 드문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LG CNS를 비롯해 SK, 한화 등이 퇴소 아동의 연수·취업연계 프로그램을 후원했지만 현재는 모두 끊겼다. 중앙아동자립지원센터의 이동욱 팀장은 "시설 아동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이런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후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서씨와 권씨는 '동생'들을 위해 스스로 나섰다. 시설 아동들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는 '바람개비 서포터즈'로 활동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바람개비 서포터즈는 10월 시설 퇴소자 45명으로 구성돼 출범했다. 권씨는 "지난달 첫 서포터즈 활동으로 대구경북 지역의 시설 아동 40여명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는데 '대학 진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더니 딱 1명 들더라"며 "대학 진학이 가장 바른 길은 아니지만, 지레 포기해버리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에 마음 아팠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보통의 가정에서는 부모가 첫번째 '멘토'이지만 시설 아동들에게는 그런 조언자가 부족하다"며 "처지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형으로서 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씨도 "나도 한때 내 현실을 굉장히 비관하던 시기가 있었지만, 생각을 바꾸니 여러 길이 보였다"며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남은 인생의 가장 이른 때라는 걸 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의 도움으로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은 "은퇴 후에는 사회의 소외된 곳을 찾아 삶의 희망을 주는 '동기부여가'로 활동할 생각"(권씨), "사회의 도움이 없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없었기에 언젠가는 나눔으로 갚겠다"(서씨)며 벌써부터 사회의 빚을 되갚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9,000명의 가정외 보호아동이 발생하고 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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